≪이 기사는 09월03일(05:1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 이달 예비입찰을 시작으로 본격화된다. 최대 1조원까지 거론되는 '대어'로 거론됐지만 현재까지 인수전 분위기는 잠잠하다. 가격을 둔 눈높이 차이가 큰 데다 1조원에 육박한 소송 리스크를 그대로 떠안아야 하는 위험도 있다. 일부 원매자 사이에선 혹시 모를 두산밥캣 출회 여부에 더 관심이 쏠린 분위기도 감지된다.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과 매각 주관사 크레디트스위스(CS)는 오는 22일 두산인프라코어 예비입찰을 마감한다. 매각 대상은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27%다. 지난 8월 초 인수의사를 밝히고 비밀유지약정(NDA)을 체결한 후보들에게 회사 정보가 담긴 투자자설명서(IM)를 배포했다.
매각 측은 IM을 통해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한 두산밥캣 지분은 이번 매각에서 제외한다고 공식화했다. 두산인프라코어를 사업부문과 투자부문으로 인적분할 한 뒤 두산인프라코어의 사업부문 지분은 매각하고, 투자부문은 두산중공업과 합병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시가총액은 약 1조6500억원 수준으로, 두산중공업 보유 지분(36.27%)의 시가는 약 6000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최소 7000억원 수준에서 매각가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매각 측은 내재가치를 고려할 때 매각가로 1조원 이상을 희망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지난해 연결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조원 이상이고, 이 중 두산밥캣의 EBITDA 6000억원을 제외한 두산인프라코어의 EBITDA는 약 4000억원이다. 동종업계 평균 수준인 EBITDA의 8~9배를 대입해 기업가치를 평가해도 해당 지분 가치는 1조원을 넘는다는 설명이다.
아직 인수전 열기는 잠잠한 것으로 보인다. 유력한 원매자로 꼽히던 현대중공업그룹은 자문사를 선임해 인수 여부를 타진해왔지만, 공식적으론 이번 인수전에 관심이 없다 밝혔다. 일각에선 두산그룹 채권단 권유에 인수 가능성을 살폈지만 큰 시너지를 찾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화그룹도 현재까지 “인수에 전혀 관심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PEF 등 재무적투자자(FI)들도 대외적으론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시장에선 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 등 국내 대형 운용사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일부 글로벌 PEF 운용사들도 IM을 수령해 검토에 나섰지만, 큰 인수 의지를 보이진 않고 있다. 한 글로벌 PEF 운용사 대표는 “두산인프라코어에는 큰 관심이 없지만 추후에 나올지모를 두산밥캣 인수에 참여하기 위해 채권단에 미리 눈도장 찍는 수준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인수전 초반부터 거론됐던 재무적투자자(FI)들과의 소송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는 평가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과거 중국 자회사 DICC(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를 두고 IMM프라이빗에쿼티(PE) 등 FI들과 소송을 진행 중이다. 대법원 판결에서 패소하면 두산인프라코어가 7000억~1조원을 물어줘야 할 위험이 있어 인수 측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매각 측은 이같은 리스크에 대해선 IM상 구체적인 설명을 적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최악의 경우 매각대금 대부분이 두산중공업이 아닌 FI에게 이전될 수 있는 셈이다.
이번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성패에 따라 두산그룹 자구계획의 성패도 판가름될 예정이다. 두산타워(우협선정), 클럽모우CC(매각), 두산솔루스(MOU), 두산모트롤(본입찰) 등 채권단과 올해 합의한 자회사 매각 계획은 외견상 대부분 마무리 단계다. 다만 각 계열사들이 매각 대금으로 기존 차입금을 갚고 금융사에 담보 잡힌 금액을 상환해야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실제 두산중공업으로 유입될 현금 규모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평가다.
차준호/김채연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