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은 5개월째 줄었는데…씁쓸한 '불황형 흑자'

입력 2020-09-04 09:55
수정 2020-09-04 10:01

지난 7월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폭이 최근 9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수출이 줄었지만 수입이 더 큰 폭으로 줄어든 이른바 '불황향 흑자' 양상이 뚜렷해진 결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여행수지 적자폭이 크게 감소한 영향도 작용했다.

한국은행은 올 7월 경상수지 74억5000만달러(약 8조8655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고 4일 발표했다. 흑자폭은 2019년 10월(78억2720만달러)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컸고, 작년 7월에 비해 13.1%(8억6720만달러) 늘었다.

경상수지가 증가세로 전환한 것은 상품수지(수출-수입) 감소폭이 축소된 영향이 컸다. 지난 7월 상품수지는 69억7450만달러로 1년 전보다 12.8%(7억9210만달러) 늘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수출과 수입이 모두 전년비 기준으로 5개월 연속 줄었다. 하지만 이달에는 수출보다 수입 감소폭이 더 크게 줄면서 상품수지가 1년 전보다 크게 늘었다. 7월 수출은 432억220만달러로 작년 7월에 비해 10.7%(52억2160만달러) 줄었다. 7월 수입은 362억2770만달러로 14.2%(60억1370만달러) 감소했다.

수출을 통관기준으로 살펴보면 반도체 수출은 81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월에 비해서는 5.5% 늘었다. 반면 석유제품은 20억6000만달러로 42.7% 줄었다. 수출국별로 보면 미국과 중국 수출액은 65억9000만달러, 117억3000만달러로 각각 7.7%, 2.5% 늘었다. 일본 수출은 21.6% 감소한 20억달러, 동남아시아 수출은 14.8% 줄어든 103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서비스수지는 11억76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폭이 작년 7월과 비교해 4억4010만달러 줄었다. 코로나19로 해외 여행길이 막히면서 여행수지 적자(3억6960만달러)가 1년 전보다 7억5810만달러나 감소한 영향이 컸다.

임금·배당·이자 흐름과 관계있는 본원소득수지 흑자(19억5160만달러)는 배당소득 감소 등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5억1670만달러 감소했다. 자본 유출입을 나타내는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7월 중 95억9000만달러 늘었다. 직접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31억5000만달러, 외국인의 국내투자가 8억3000만달러 증가했다.

한편 한은은 지난 8월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수출 감소로 올해 경상수지 흑자가 종전 전망치(570억달러)보다 30억달러 감소한 540억달러에 머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 재정위기로 수출이 급감한 2012년(487억9060만달러) 후 최저치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