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02일(05:4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분식 의혹 고발 사건과 관련해 1년 8개월 기간의 수사 끝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기소하면서 회계업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업무를 자문한 삼정과 안진회계법인의 기소 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나 후폭풍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삼성그룹과 안진·삼정 회계법인은 줄곧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합법적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고 주장해왔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이 같은 주장은 더욱 힘을 얻었으나 결국 사법부의 판단을 받을 처지에 놓였다.
◆삼성그룹 관계자 대거 기소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정과 안진 등 주요 회계법인은 검찰의 이재용 부회장 기소 소식이 전해지자 비상이 걸렸다. 검찰의 수사 의지에 비춰볼 때 기소가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앞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사건을 불기소할 것을 권고하는 등 불기소 의견이 힘을 얻으면서 희망을 걸고 있었다. 그러나 이날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1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시세조종행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이재용 부회장과 전·현직 삼성 임원 등 총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삼성이 2015년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제일모직의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가치를 과대 평가해 삼성물산과의 합병비율을 제일모직에 유리하도록 조작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당시 합병에 대해 이재용 부회장이 지분을 직접 보유한 제일모직을 삼성물산과 합병시켜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려는 작업이었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불법적인 방법으로 일반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판단이다.
검찰은 "당시 삼성물산은 모직에 비해 매출액 5.5배, 영업이익 및 총자산 3배에 이르는 규모였음에도 주가는 오히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보다 2.6배 높아 ‘주가기준의 합병비율’은 이재용 등 제일모직 주주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물산 주주에게는 불리했다"고 밝혔다.
◆합법 절차 거쳤다고 주장하는 회계법인들
검찰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의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평가를 부당하다고 판단하면서 합병에 참여한 삼정과 안진 회계법인도 불똥을 맞게 됐다. 참여연대등 시민단체들이 2018년 삼정과 안진을 검찰에 고발해 관련 절차가 진행중이다. 법원이 합병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다고 판단한다면 회계법인들도 주가조작 등의 공범이 되는 셈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가치를 장부에 반영하지 않다가 2015년 돌연 약 2조원의 자산으로 반영한 부분이다. 검찰과 시민단체 등은 삼성이 대주주 지배력 강화를 위해 이 같은 방법 등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업가치를 3조원에서 8조원으로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고 주장한다.
회계법인들과 삼성그룹은 당시 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제품이 유럽과 한국에서 시판허가를 받으면서 기업가치가 급격히 상승했고, 공동투자사인 미국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지분을 시가평가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반박한다.
이후 2016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과정에서 금융감독원이 위탁한 한국공인회계사회의 감리를 받았고 상장주관사 골드만삭스와 씨티글로벌마켓증권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국제 회계기준에 문제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사실도 내세운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황도 회계법인들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미래가치를 감안했다면 합병당시 평가가 과대평가가 아니었다는 얘기다.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매출 7016억원, 영업이익 917억원을 기록했고, 올 상반기 매출은 5149억원, 영업이익 1437억원을 올리는 등 급성장했다.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작년 매출이 전년 대비 108% 급성장한 7659억원에 달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으로 77만8000원으로,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43.44%) 가치는 22조3613억원에 달한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