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류 계곡서 인명 구하다 순직한 젊은 소방장, LG 의인상 받는다

입력 2020-09-03 11:08
수정 2020-09-03 11:10

LG복지재단이 폭우로 물이 불어난 계곡에서 인명을 구조하다 순직한 고 김국환(29) 소방장에게 'LG 의인상'을 수여키로 했다고 3일 밝혔다.

김국환 순천소방서 소방장은 지난 7월31일 전남 구례군 지리산 피아골 계곡에서 피서객이 물에 빠졌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당시 피아골 계곡은 구례군 일대에 일주일 이상 이어진 폭우로 거센 물살이 일고 있었다.

그럼에도 김 소방장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안전장구를 착용한 뒤 구조를 위해 계곡으로 뛰어들었다. 그렇게 필사적인 구조 작업을 펼치던 도중, 갑자기 몸에 묶은 안전줄이 끊어지면서 김 소방장은 급류에 휩쓸렸다.

사고 발생 이후 18분만에 구조된 김 소방장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안타깝게 순직했다. 김 소방장은 2017년 119구조대원으로 임용된 뒤 3년간 1480회 사고현장에 출동해 540명을 구조했던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김 소방장과 함께 LG복지재단은 제방 붕괴로 마을이 물에 잠기자 낚시보트를 띄워 주민 40여명을 구한 최봉석(43)씨와 손성모(37)씨를 비롯해 폭우현장과 하천, 바다에서 이웃의 생명을 구한 시민 5명에게도 LG의인상을 수여한다.

앞서 최봉석씨와 손성모씨는 지난달 8일 폭우로 전남 구례군 서시천 제방이 붕괴돼 마을이 물에 잠기자 낚시보트를 이용해 고립된 주민 40여명을 구조했다.

최씨와 손씨는 6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전류가 흐르는 물건이 떠내려와 감전이 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물이 2m가량 차올라 강처럼 변한 마을을 돌아다니며, 고립돼 있던 아이와 거동이 불편한 노인 등 40여명의 주민을 구했다.

박승현(24) 육군 102기갑여단 하사는 지난달 13일 삼척시 근덕면 하천에서 급류에 휩쓸린 인명을 구조했다. 당시 휴가 중이던 박 하사는 피서객 두 명이 '살려달라'는 외침과 함께 급류에 떠내려가는 것을 발견하고, 맨몸으로 수심 약 3m 물 속으로 뛰어들어 이들을 구조했다.

문명근(51)씨는 같은달 19일 울산광역시 북구 동천강에서 익사 위기의 초등학생을 구조했다. 문씨는 인근을 지나던 중 물놀이하던 어린이 두 명이 수심 깊은 곳에 빠져 허우적대는 모습을 목격하자, 119에 신고하고 곧바로 강에 뛰어들었다.

문씨는 의식을 잃어가던 어린이 한 명을 먼저 구조해 심폐소생술을 했고 현장에 도착한 119구조대원이 남은 아이를 구조했다. 두 어린이 모두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일 새벽 전북 군산시 비응항에서 바다에 추락한 차량에서 운전자를 구조한 김균삼(47) 선장도 LG 의인상을 받는다. 당시 조업을 마치고 입항하던 김 선장은 차량이 바다로 추락하는 것을 목격하고, 대형 탐조등을 켠 후맨 몸으로 어두운 바다에 뛰어들어 바다에 잠긴 차량 안의 운전자를 구해냈다.

LG복지재단 관계자는 "국민의 생명을 구하고자 급류와 사투를 벌이다 순직한 고 김국환 소방장의 투철한 사명감과 희생정신을 우리사회가 함께 기억하고, 이웃을 구하기 위해 폭우현장과 하천, 바다로 뛰어든 시민들의 용기있는 행동을 격려하자는 뜻에 따른 것"이라고 수상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LG 의인상은 2015년 고 구본무 당시 LG 회장의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라는 뜻을 반영해 제정됐다. 이후 취임한 구광모 LG 대표는 수상 범위를 우리 사회에 귀감이 될 수 있는 선행과 봉사를 한 시민들까지 확대했다. 현재까지 LG 의인상 수상자는 이번 수상자 6명을 포함해 모두 131명이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