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대법원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손을 들어줬다. 정부와 노동계의 예상대로였다. 이로써 길게는 1989년 출범부터 31년간, 짧게는 2013년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 이후 7년간 이어졌던 전교조 합법성 논란은 종지부를 찍게 됐다.
일각에서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겠다며 정부가 추진 중인 노조법 개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법원이 나서 입법의 방향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대법원이 3일 전교조를 다시 법적 테두리 안에 넣어야 한다고 판단한 이유는 ‘노동 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이다. 노동 3권은 근본적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인데 행정명령으로 이를 침해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정부가 노조에 법외노조를 통보한 것은 단순히 법상 노조 지위를 박탈하는 것을 넘어 사실상 노조로서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교조의 법적 지위 회복은 향후 파기환송심 선고나 입법절차 등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외노조 처분의 효력을 중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으므로 당장 전교조의 법적지위가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 서울고등법원으로 다시 내려가니 파기환송심에서 지위가 회복되거나 해직자의 노조 활동을 허용하는 법 개정이 이뤄지는 식으로 복원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와 별개로 대법원 판결에 따라 전교조 합법화를 곧바로 추진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행정처분이 법률유보원칙에 의해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노조 아님’ 통보 처분을 취소하는 절차를 빠른 시일 내에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대법원 판결로 법외노조 판결 이후 약화된 전교조가 다시 세력을 확장할지 주목된다. 전교조는 한때 10만 명 규모까지 세를 불렸으나 법외노조 논란 이후 지속적으로 조합원 수가 줄어 현재는 6만 명가량이다.
일각에서는 대법원 판결에도 교육현장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로 법률상으로는 교육청과 단체협약을 맺을 수 없지만, 진보 교육감이 대거 당선되는 등 친노조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실상 실체적 노조로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인천교육청 등은 이미 법외노조 상태인 전교조와 단체교섭을 진행 중이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진보성향 교육감들이 전국 14곳 교육청을 차지한 데 이어 이번 대법원 판결로 초·중등 교육정책이 전교조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서울교육청은 지필고사 방식의 기초학력진단 검사를 시행하겠다는 정책을 내놨다가 전교조 반대로 철회한 바 있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전교조의 노조지위가 회복되면서 좌편향된 교육정책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며 “교육감들조차도 이를 막지 않으니 더욱 노골적인 좌편향 교육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남정민/배태웅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