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검찰 인사로 인해 여권 인사 등을 대상으로 한 ‘권력형 비리 수사’ 라인 거의 전원이 교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수사 지휘 라인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인연이 있는 검사가 대거 발탁돼 수사 방향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秋·李 측근, 정권 연루 의혹 수사 지휘지난달 검찰 인사에 따라 3일부터 주요 사건을 신임 차·부장검사들이 이끌게 됐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된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은 김욱준 서울중앙지검 1차장이 지휘한다. 김 차장은 이성균 서울지검장의 핵심 참모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 지검장이 윤 총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한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강요 미수’ 공모 혐의를 입증하는 데 힘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은 추 장관을 보좌해온 구자현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 지휘한다. 그는 법무부 대변인으로 추 장관의 ‘입’ 역할을 했다. 검찰은 지난 1월 송철호 울산시장과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등 13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는데, 4·15총선 이후 사건 관련자들이 소환에 응하지 않거나 일정을 지연시켜 수사는 제자리걸음이다. 수사팀(서울지검 공공수사2부)도 뿔뿔이 흩어졌다. 기존 수사팀의 근무 인력은 10명이었지만, 이번 인사로 부장을 포함해 6명이 전보하거나 휴직하게 됐다. 이 사건을 지휘했던 김성훈 대검 공안수사지원과장은 국민권익위원회로 파견됐다.
여권 관계자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옵티머스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건은 형진휘 서울지검 4차장이 맡는다. 이 지검장과 함께 검찰 내 기독교 모임인 ‘신우회’에서 활동하며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라임자산운용 사건도 오현철 서울남부지검 2차장이 방향키를 잡는다. 오 차장은 문재인 대통령, 이 지검장과 같은 ‘경희대’ 라인이다. “보복성 인사로 이미 경고”법조계 안팎에선 “정권의 주요 관계자들이 연루된 수사는 더 이상 속도를 내기 힘들 것” “일부 사건은 사실상 수사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란 얘기가 나온다.
현직 장관과 여당 국회의원이 연관된 의혹 및 사건들은 수사가 제대로 진척될지 미지수다. 추 장관 아들의 군 휴가 미복귀 의혹 사건이 대표적이다. 지난 1월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이 검찰에 고발했지만,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추 장관 아들은 소환조사를 받은 바 없다. 이 사건을 맡아 온 김남우 전 서울동부지검 차장은 지난달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났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연루된 ‘정의기억연대 회계부정 의혹’ 사건은 김도균 서울서부지검 차장검사 산하에 놓였다. 김 차장은 검찰 내 ‘실세’로 꼽히는 친(親)정권 성향의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과 대검에서 손발을 맞춰 왔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정권을 건드리는 수사를 할 경우 ‘보복 인사’를 겪게 된다는 것이 이번 인사로 명백해졌지 않냐”며 “사직한 김남우 전 차장은 ‘기수 에이스’로 꼽힐 정도로 요직을 두루 거쳤지만, 이번 검사장 승진에서 제외됐다”고 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