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의 재산세 감면 시도가 정치적 진영 다툼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달 말 서울 25개 구 구청장협의회에서 서초구가 제안한 재산세 감면안을 부결시킨 데 이어 지난 2일엔 이례적으로 부결 안건에 대한 입장문도 발표했다.
지방세법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구청장이 재산세를 50% 깎아줄 수 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올해 코로나19 재난 극복을 위해 공시가격 9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을 대상으로 재산세를 50% 감면하자”는 안건을 지난달 31일 열린 구청장협의회에 상정했다. 그러나 다른 구청장이 서초구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올해 서울 25개 구의 재산세 일괄 감면은 물 건너가게 됐다.
구청장협의회는 “재산세를 감면하면 오히려 취약계층을 지원할 재원이 줄어든다”며 “서초구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음달 중저가 1주택자의 재산세율 인하 계획을 발표할 중앙정부에 앞서 지방정부가 재산세를 감면하면 혼선을 야기할 것이란 점도 반대 이유로 내세웠다. 각 구청은 재산세에 대한 불만 민원에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도 서초구 제안을 구청장협의회에서 강하게 반대한 것은 단순히 재산세 세수 확보 차원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조 구청장은 서울 25명의 구청장 중 유일하게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 소속이다. 나머지 24명의 구청장은 모두 더불어민주당이다. 재산세 부과 규모 1위인 강남구의 정순균 구청장은 한때 코로나19 피해 업소에 대한 재산세 감면안을 서초구보다 먼저 검토했다. 한 구청 관계자는 “재산세 감면 여력이 있는 강남구나 송파구도 서초구에 동조하지 않은 것은 사실상 정치적 편가르기”라고 말했다. 심지어 서초구의회에서 재산세 감면을 독려한 민주당 소속 구의원에 대해선 ‘야당 구청장의 치적을 돕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민주당 내부에서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서초구는 단독으로 재산세 감면을 추진키로 했다. 올해 부과되는 재산세 3706억원 중 40억~50억원 정도를 환급해 주는 방안이다. 다만 다른 구청의 비판을 의식해 재산세 중 서울시에 내야 할 공동세 50%는 건드리지 않고, 구 자체 예산에서만 감면에 따른 환급 전액을 떠안기로 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