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예술인과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의 고용보험 적용을 시작하면서 이들에게 고용보험료를 지원해주기로 했다. 특고 종사자 가입을 독려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고용보험기금 계정을 기존 근로자 계정과 함께 쓰기로 해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저소득 특고 종사자와 예술인 46만5000명에 대해 고용보험료 80%를 지원하겠다며 예산 691억원을 책정했다. 오는 12월부터 예술인에 이어 연내 법 개정을 통해 내년부터는 특고 종사자까지 고용보험을 적용하기로 한 데 따른 조치다.
정부가 책정한 내년 예산 691억원은 예술인 3만5000명, 특고 종사자 43만 명을 지원할 것으로 추정하고 산출한 금액이다. 예술인은 1년간, 특고 종사자는 입법 시기를 고려해 약 6개월치만 계상한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소득이 감소한 특고 종사자의 가입이 몰릴 경우 추가 예산 투입은 불가피해진다. 이렇게 되면 추가 재원은 기존 근로자들이 낸 보험료를 모아둔 고용보험기금에서 당겨쓰게 될 가능성이 높다.
보험료 지원을 넘어 특고 종사자 등이 받는 실업급여가 기존 고용보험 가입자인 근로자들의 주머니에서 나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추진 중인 고용보험법 개정안에 따르면 특고 종사자의 실업급여 수급 자격에는 비자발적 실직은 물론 ‘소득 감소로 인한 자발적 이직’도 포함된다. 요건만 갖추면 스스로 일을 그만두더라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특고 종사자의 고용보험기금 계정은 기존 근로자 계정과 분리되지 않는다. 취업과 실업이 잦을 수밖에 없는 특고 종사자들의 실업급여를 근로자들이 내주게 될 것이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특고 종사자와 근로자 재정을 통합관리하면 전체 고용보험 재정상 문제뿐만 아니라 피보험자 간 갈등도 불가피할 것”이라며 “특히 일반 근로자의 고용보험 재정이 특고 종사자의 실업급여를 지원하는 데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사회보험의 특성상 연대정신에 기초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수익자 부담’이라는 보험의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