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자산운용은 요즘 업계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다. 2년 전 미국에서 인수한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 글로벌X 덕분이다. 공·사모펀드 시장 위축에 운용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미래에셋은 글로벌 ETF 사업 덕에 사세가 날로 커지고 있다. 코로나19에 인기 높아진 글로벌X ETF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래에셋 글로벌 ETF 순자산이 지난 7월 말 기준 51조5466억원(약 433억달러)으로 50조원을 처음 넘었다고 3일 발표했다. 2011년 말 5조1731억원에서 10배로 늘었다.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올 들어서만 순자산이 6조원 늘었다”며 “세계 ETF 운용사 가운데 순자산 규모로 16위”라고 설명했다.
2006년 한국에 TIGER ETF를 상장시키며 ETF 사업에 뛰어든 미래에셋운용은 2011년 캐나다 호라이즌을 1430억원에 인수하며 일찍이 해외 진출에 나섰다. 2018년 5200억원(약 4억8800만달러)에 인수한 글로벌X는 미래에셋이 글로벌 ETF 운용사로 발돋움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올해 글로벌 ETF 시장의 승자는 글로벌X라는 얘기가 나온다. 글로벌X는 클라우드 컴퓨팅, 게임, 인공지능(AI), 핀테크(금융기술), 소셜미디어, 2차전지, 전기차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테마 ETF를 많이 선보였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이들 ETF의 인기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글로벌X 클라우드 컴퓨팅 ETF’(CLOU)는 올해 61.8%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최근 순자산이 1조원을 넘었다. ‘글로벌X 비디오 게임&e스포츠 ETF’(HERO)는 올해 70.7%, ‘글로벌X e커머스 ETF’(EBIZ)는 55.5%, ‘글로벌X 리튬&배터리 테크 ETF’(LIT)는 47.7% 수익을 냈다. 인수 당시 너무 비싸다 논란도지금은 글로벌X 인수에 대해 호평 일색이지만 당시만 해도 불확실성이 컸다. 2008년 설립된 신생 ETF 운용사인 글로벌X를 5200억원에 인수하는 게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지적이 미래에셋 안팎에서 나왔다. 당시 한 분석에 따르면 미래에셋의 글로벌X 인수가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의 17.4배로 업계 1위 아이셰어즈의 14배보다 높았다.
당시 미래에셋의 인수 추진팀은 글로벌X가 규모는 작지만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그만한 돈을 낼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한 관계자는 “처음부터 미국 금융당국의 승인을 얻어 미국 ETF 시장에 진출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시장에 안착하기도 쉽지 않다”며 “조금 웃돈을 주더라도 기존 ETF 운용사를 인수하는 게 최선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을 강조해온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사진)도 인수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X 인수 후 박 회장은 “글로벌X는 15년 전의 미래에셋처럼 경쟁력 있는 회사라 투자를 결정했다”며 “미래에셋이 그리는 글로벌 그림의 밑바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의 글로벌X 인수는 블랙록의 아이셰어즈 인수에 비교된다. 2009년 블랙록은 135억달러(약 16조원)에 바클레이즈 글로벌 인베스터스(BGI)를 인수하며 단숨에 세계 최대 ETF 운용사로 떠올랐다. BGI가 업계 1위 ETF 브랜드인 아이셰어즈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가 인수 논란이 있었지만 지금은 다시 나오기 힘든 ‘세기의 딜’로 불린다.
국내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ETF 사업을 키우기 위해 미래에셋처럼 해외 운용사 인수를 고려하는 곳이 적지 않다”며 “하지만 적당한 매물을 찾기 힘들어 물러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운용도 글로벌X를 지금 인수한다면 더 높은 가격을 지급해야 하거나 인수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