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눈부신 성과를 낸 기업들이 있다. 이들이 내세우는 키워드는 대체로 비슷하다. 빠지지 않는 것이 ‘기술’과 ‘고객’이다.
글로벌 1위 피자 프랜차이즈 도미노피자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 기업은 ‘피자 파는 정보기술(IT) 기업’이라고 불릴 정도로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소비자들은 ‘도미노는 어디에나(Domino’s AnyWare)’ 주문 서비스를 통해 말 한마디, 터치 몇 번만으로 빠르고 쉽게 피자를 주문할 수 있다.
제로클릭 앱을 사용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가입할 때 좋아하는 피자를 등록해 두기만 하면 앱 실행 후 10초가 지나면 바로 주문이 진행된다. 모바일 앱 외에도 인공지능(AI) 스피커, 스마트 TV, 스마트 워치 등 15개의 디지털 기기에서 주문이 이뤄진다.
이 같은 혁신의 배경 중 하나가 2016년 설립된 혁신연구소 ‘디랩(DLAB)’이다. 디랩 연구진은 세상에서 가장 편리한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 AI 주문 시스템, 드론, 자율주행 배달로봇 등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서비스를 개발해왔다.
움츠러든 소비심리에도 불구하고 도미노피자는 올 1분기 8억7310만달러(약 1조7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1분기보다 1.6% 증가했다. 미국만 따지면 매출 증가율이 7.1%에 달한다. 주가 변화는 한층 더 드라마틱하다. 올 들어 27% 오르면서 ‘코로나19 사태의 승자’로 불리고 있다.
테슬라도 마찬가지다. 테슬라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자동차 구매 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디지털 쇼룸, 가상 사용자 안내서 등을 제공해 고객이 실제 매장에 온 것처럼 몰입할 수 있는 온라인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주문과 배달도 온라인으로 이뤄진다. 중국에서는 알리바바와 파트너십을 맺어 티몰 온라인 상점에서 차량을 판매한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중국에 진출한 자동차 업체들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이 났다. 이 기간 테슬라의 판매량은 두 배 늘었다. 테슬라의 혁신이 코로나19를 넘어선 셈이다.
이렇듯 혁신을 위해서는 ‘기술’과 ‘고객’ 모두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고객의 불편함을 찾아내 이를 기술로 없애주는 것이 중요하다. 고객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다양한 도구 중 대표적인 것이 ‘고객 여정 맵’이다. 이는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기 전, 사용하는 순간, 사용한 후 느끼는 편리함, 만족함, 불편함 등의 고객 경험을 수집해 도식화하는 방법이다.
스타벅스는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사소한 불편함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제거했다. 2014년 선보인 스마트 주문 서비스 ‘사이렌 오더’다. 음료가 준비되는 과정은 알림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주문이 완료되면 매장에 들러 커피를 픽업하기만 하면 된다.
보스턴컨설팅 그룹은 경기가 안 좋을 때 오랜 기간 성장할 기업들이 드러난다고 지적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가 만든 위기 속에서 더 나은 미래를 그리며 혁신하고,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기업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문정화 < IGM세계경영연구원 책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