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풍제약은 올 들어 국내 증시에서 최대 상승률(우선주 제외)을 보인 종목이다. 연초 이후 상승률은 2061.60%에 달한다. 실적 때문은 아니다.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2017년 90억원, 2018년 69억원, 2019년 20억원으로 매년 줄고 있다. 의아한 점은 올 들어 이 종목을 가장 많이 순매수한 주체가 외국인(3269억원)이라는 것이다. 테마주는 개인들이 주가 상승을 주도한다는 통념과는 다르다.
신풍제약이 오르기 시작한 건 지난 6월 초다. 당시 회사가 개발중인 말라리아 신약 ‘피라맥스’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을 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이 때는 개인들이 집중적으로 매매했다. 6월 초부터 7월23일까지 개인은 신풍제약을 18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개인끼리 매수(13조2416억원)와 매도(13조2233억원)를 반복하며 주가를 466.82% 올렸다.
이 가격이 고점인 듯 보였다. 이후 이틀 동안 신풍제약은 40.24% 주저앉았다. 그러나 반전이 나타났다. 7월말 "신풍제약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에 편입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신풍제약의 시가총액이 MSCI 한국 지수 편입의 기준점으로 추정되는 4조원을 넘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외국인이 몰려왔다. 외국인은 7월27일부터 최근까지 신풍제약을 3300억원어치 쓸어담았다.
외국인 매수세의 영향으로 주가는 다시 상승 반전했다. 주가는 하락을 멈추고 횡보하다가 8월14일부터 최근까지 108.39% 올랐다. 개인은 7월27일부터 최근까지 3141억원어치를 팔아치워 차익을 실현했다. 한 증시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테마주가 폭등을 마치고 폭락할 때는 당시에 그 종목을 담고 있는 사람이 피해를 보는데 이번에는 외국인이 주가를 떠받친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이 이 종목에 대한 관심을 끊은 건 아니다. 인터넷 카페에는 신풍제약에 투자해야하는지 묻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주가가 계속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풍제약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앞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피라맥스가 코로나19 치료에 널리 쓰이게 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증권가 전문가들은 신중할 것을 권하고 있다. 올 들어 증권사들은 신풍제약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한 건도 내지 않았다. S증권, H증권 등 다수의 증권사가 신풍제약이 빠르게 상승하던 7월께 이 회사에 투자 검토를 하기 위한 탐방을 다녀왔지만 그뿐이었다.
당시 신풍제약에 다녀온 한 전문가는 “투자를 할만한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보고서를 안냈다”며 “피라맥스의 코로나19 임상이 아직 한참 남았고, 좋은 치료 효과를 보일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