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이 미국 은행 중 처음으로 중국에서 펀드 수탁업무 면허인 '커스터디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 금융 당국이 미국 은행에 자산운용시장 진출을 허용한 것이다.
데이비드 러셀 씨티은행 아시아태평양 본부장은 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씨티은행이 중국 펀드 수탁업무 면허를 취득했다"며 "이는 글로벌 고객들에게 대단한 소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에서 활동하는 국제적인 펀드 운용사이자 증권·보험사로서 투자자들의 비용과 리스크 절감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와 중국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CBIRC)는 올해 초 관련법을 개정해 지난 4월 1일부터 외국계 금융사의 중국 지사가 자산운용업 면허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전까지 중국은 외국 법인에 자국 금융사와의 합작을 통해서만 자산운용업을 허용했다. 이번 면허 취득으로 씨티은행은 중국에서 뮤추얼펀드 등을 운용할 수 있게 됐다.
씨티은행뿐 아니라 블랙록, 뱅가드, 크레디트스위스 등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중국 본토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조금씩 개방되는 중국 자산운용시장에서 기회를 잡기 위해서다. 중국 개인 투자 시장 규모는 2조 3000억달러로 평가되고 있다.
스위스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는 5년 내에 중국 직원 수는 두 배로, 매출은 100% 늘린다는 방침이다. 블랙록은 지난 7월 합작기업 형태로 중국 본토 자산운용업 진출 승인을 받았다. 세계 2위 자산운용사인 뱅가드그룹은 홍콩 대신 중국 상하이로 아시아 본사를 옮기고 중국시장에 집중할 예정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