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형편이 어려워진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빚을 내 근근이 버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과 자영업자 부채가 급증하면서 전체 경제에도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2분기 중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을 보면 올해 6월 말 기준 예금취급금융회사가 국내 기업·자영업자에 빌려준 대출금 잔액은 1328조2298억원으로 지난 3월 말에 비해 69조715억원 늘었다.
이 같은 분기 증가폭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8년 1분기 후 가장 컸다. 시점을 올 상반기로 넓혀 보면 기업·자영업자의 차입금은 120조4385억원 늘었다. 반기 기준으로도 사상 최대 규모다.
기업과 자영업자의 빚이 늘어난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현금창출력이 나빠지자 원재료 구매와 직원 급여, 이자비용을 비롯한 운영자금을 빚으로 충당한 결과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2분기 유가증권시장 592개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23조19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9% 감소했다. 자영업자 소득으로 통하는 ‘가계의 월평균 사업소득’은 올해 2분기 94만2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줄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3년 후 최대폭으로 줄었다.
자영업자가 몰려있는 도소매·음식숙박업종의 대출금 잔액은 6월 말 257조6894억원으로 지난 3월 말에 비해 18조7648억원 늘었다. 증가폭은 역대 최대다. 대기업들이 포진한 제조업의 2분기 대출금은 389조1963억원으로 17조2355억원 불었다. 역시 최대 증가폭이다.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빚으로 버티는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가 최근 재확산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는 등 경제적 충격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상반기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코로나19 충격으로 올해 외부감사기업 2만693곳 중 이자보상비율 1배 미만인 기업 비중은 47.7~50.5%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이 비율이 1배 미만이라는 것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