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이 일본에서 한 달 가까이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에 이어 한·일 ‘셔틀 경영’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이 지난 10일께부터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집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지난달 13일 경영진 교체를 위한 긴급 이사회가 열리기 전 일본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8월 초 황각규 부회장으로부터 일선 퇴진 의사를 수용한 직후라는 분석이다. 당시 신 회장 없이 열린 긴급 이사회에서는 황 부회장 후임 롯데지주 대표이사로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사장이 발탁됐다.
롯데그룹 내부에선 신 회장이 신 명예회장을 이어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셔틀 경영을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 회장은 올 4월 일본 롯데 회장에 이어 7월 일본 롯데홀딩스 단독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의 경영권을 모두 장악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한국은 그룹 회장이 세부적인 경영에 대해서는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에게 맡기고 있지만 일본은 그룹 회장이 CEO 역할도 하도록 돼 있다”며 “일본에서 챙겨야 할 현안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셔틀 경영을 하게 되면 양국에서 의무적으로 자가 격리해야 하는 기간도 있기 때문에 아직은 며칠 간격으로 오갈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신 회장이 일본에 간 것은 ‘집안 문제’를 마무리 짓기 위해서라는 시각도 있다. 그는 지난 7월 형인 신동주 광윤사 회장으로부터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 해임을 요구하는 소송을 당했다.
상속 이슈도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신 명예회장의 유산 중 한국에 있는 주식 및 부동산 등은 분할이 끝났지만 일본 유산에 대한 상속 절차는 아직 진행 중이다. 신 회장과 남매 사이인 신유미 전 롯데호텔 고문은 한국에 있는 유산을 신 회장과 신영자 전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에게 몰아주는 대신 더 많은 일본 유산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