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에 걸린 어머니(나문희 분)가 실수를 저지른 뒤 자책감으로 나무에 목을 매려고 한다. 아들 두원(이희준 분)이 한걸음에 달려와 가짜 보험증서를 읽는다. 어머니가 자살하면 유족들이 보험금을 한 푼도 못받는다고.
2일 개봉한 영화 ‘오! 문희’(감독 정세교)는 코믹수사극 형식을 빌려 치매 노인과 자식 간의 관계, 나아가 가족의 의미를 새겨보는 작품이다.
배경은 충남 금산의 평화로운 농촌 마을. 보험회사 조사관 두원은 직장에서 ‘무데뽀’ 정신으로 거침없이 생활한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는 다른 의미의 ‘무데뽀’ 정신으로 살아간다. 그런데 두원의 금쪽같은 딸 보미가 뺑소니 사고를 당하자, 모자는 범인 잡기에 뛰어든다. 유일한 목격자는 어머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는 실수를 연발하고, 아들은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어머니를 대하는 아들의 태도는 전혀 살갑지 않다. 큰소리로 불만을 마구 늘어놓는다.
하지만 깊은 연민과 애정이 밑바닥에 흐른다. 모자는 애증이 교차하는 관계다. 아들과 어머니는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실감 나는 캐릭터들이다. 덕분에 관객들은 캐릭터들에게 자연스럽게 감정 이입을 하게 된다.
조금씩 드러나는 모자의 사연은 슬프고 가슴을 찡하게 울린다. 그러나 이야기가 신파로 흐르지는 않고 절제미를 발휘한다. 모자 역 나문희와 이희준의 연기가 일품이다. 나문희는 코믹과 신파 사이에서 절묘하게 균형을 잡아준다.
가족의 문제는 결국 가족만이 해결할 수 있다는 메시지도 던진다. 시골마을의 경찰이나 두원의 주변인들은 뺑소니범 검거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해를 끼친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속담을 상기시킨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