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배터리 기술 분쟁’이 해결의 기미 없이, 갈수록 더 심화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달 28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양사 간 배터리 특허 소송과 관련, SK이노베이션 측의 ‘증거인멸 제재 요청서’를 제출했다.
이번 요청서의 핵심은 SK이노베이션이 2015년 6월 특허 등록한 ‘994 특허’를 실제로 누가 먼저 개발했느냐 하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자신들이 먼저 특허를 등록했고 LG화학이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한다. 작년 9월 LG화학을 상대로 ITC에 배터리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이유다.
반면 LG화학은 994 특허 등록 이전, 자신들이 유사한 배터리 기술(A7 배터리)을 이미 보유하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또 SK이노베이션이 특허소송 제기 이전, 이미 이런 사실을 알고도 ‘무리하게’ 소송을 제기했다고 강조했다. 그 근거로 994 특허 발명자가 LG화학의 선행기술 세부정보가 담긴 문서를 보유하고 있었고, 이를 논의한 정황이 담긴 문서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요청서에는 관련 문서를 SK이노베이션 측이 숨기기 위해 증거 인멸을 시도했고, 이에 따라 제재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인정하지 않는다. 이 회사 관계자는 “LG화학이 특허침해를 해놓고 판세를 바꾸기 위해 악의적으로 공격하는 것”이라며 “ITC에 적극적으로 소명하겠다”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오는 11일 이전에 ITC에 관련 의견서를 제출해야 한다.
양사 간 분쟁은 작년 4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ITC와 미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LG화학 배터리 관련 업무를 하고 있었던 직원 다수를 SK이노베이션에서 영입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후 양측은 특허 침해 소송과 맞소송을 하는 등 첨예하게 대립했다.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한 ITC의 최종 판단은 오는 10월 5일 나온다. LG화학 측이 유리한 고지를 점유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ITC가 지난 2월 SK이노베이션 측의 증거인멸 시도를 이유로 조기패소 판결을 내린 바 있기 때문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