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의 기둥'인 그룹 방탄소년단이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 또 하나의 날개를 달아주게 됐다.
빌보드는 31일(현지시간) 방탄소년단의 새 싱글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핫 100' 차트 1위로 진입했다고 발표했다.
한국 가수가 빌보드 '핫 100' 1위에 오른 것은 방탄소년단이 최초다. 앞서 지난 2012년 가수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이 차트에서 7주간 2위를 기록한 바 있지만 1위까지는 오르지 못했다. 그리고 약 8년이 흘러 방탄소년단이 1위 고지에 깃발을 꽂았다.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핫 100' 1위 소식에 방탄소년단 관련주까지 덩달아 술렁이고 있다. 자회사인 스틱인베스트먼트가 방탄소년단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투자한 주요 주주인 디피씨, 빅히트와 함께 BTS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를 제작하는 초록뱀미디어, 일본 자회사 디지털 어드벤처가 BTS와 일본 매니지먼트 전속 계약을 맺고 사업 중인 키이스트 등이 대상이다.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활약은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에게는 시기적으로도 더없이 중요하다. 빅히트는 올 하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고 있다. 업계는 기업가치를 최소 3조원, 최대 5조원까지 내다보고 있으며, 상장시 3대 기획사를 훌쩍 뛰어넘고 엔터 대장주로 등극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빅히트 상장을 현실화한 주역이라 봐도 무방하다. 빅히트의 절대적 캐시카우인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월드투어로만 약 1986억 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코로나19로 투어길이 전면 막히게 되면서 빅히트가 악화일로를 걸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만 이 또한 방탄소년단이 상쇄했다.
빅히트는 올해 상반기 실적을 잠정집계한 결과 매출 2940억원, 영업이익 497억원을 기록했다. 방탄소년단은 '맵 오브 더 솔 : 7'을 426만장 팔아치우며 상반기 앨범 판매량 1위를 차지했고, 6월 열렸던 온라인 유료 콘서트 '방방콘'으로 107개 지역에서 75만명을 동원했다. 관람권 평균 가격인 3만4000원으로 계산하면 약 257억원의 매출이 산출된다. 방탄소년단 스타디움 공연의 회당 평균 티켓 매출이 약 75억원임을 감안하면 '방방콘' 1회로 스타디움 공연의 3배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와 쏘스뮤직 등 레이블의 역할도 컸다. 방탄소년단뿐만 아니라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여자친구, 뉴이스트, 세븐틴 등 가온 앨범 차트 100위 판매량의 40% 가량를 빅히트 레이블이 차지했다. 그럼에도 방탄소년단에 대한 강한 의존도는 매번 빅히트의 불안 요소로 꼽히곤 했다. 이는 멤버들이 군입대를 앞두고 있어 더욱 화두가 됐다.
그러던 중 예정에 없던 '다이너마이트'가 발표됐다. 방탄소년단은 지난달 21일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하반기 발매할 정규 앨범을 준비하던 과정에서 돌연 '다이너마이트'를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형식도 파격적이었다. 데뷔 후 처음으로 발표하는 영어곡이자 세계관과 앨범 간 서사를 중시하던 방탄소년단이 이례적으로 내는 디지털 싱글이었다. 노래는 무게감을 덜고 대중성을 한층 강조했다.
방탄소년단은 '다이너마이트'를 두고 코로나19 상황을 이겨낼 '돌파구'라고 했다. 그리고 '다이너마이트'는 실제 K팝 역사에 없던 새로운 기록을 썼다. 수치적인 기록 외에도 비영어권 가수가 콧대 높은 미국 음악시장을 석권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코로나19로 인해 존재하던 불확실성을 깨고 전략적으로 돌파한 결과는 곧 한국 가수 최초의 '빌보드 100' 1위 달성으로 이어졌다. 위기를 도전으로 상쇄한 방탄소년단은 이 기세를 몰아 하반기 정규 앨범까지 예고한 상태다. 방탄소년단 날개를 달고 빅히트가 엔터 대장주에 오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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