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낙하산' 타는 與 낙선자들

입력 2020-09-01 17:36
수정 2020-09-02 01:24
21대 총선에서 국회 입성에 실패한 인사들이 줄줄이 요직에 임명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후반기로 접어드는 것과 맞물려 ‘보은 인사’ 경향이 강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연말까지 임기가 끝나는 공공기관장 자리가 5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낙선자들도 자리를 찾느라 분주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선 탈락자도 요직에1일 정치권에 따르면 4·15 총선에서 낙선하거나 불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주요 공공기관장에 임명되거나 내정됐다. 총선에서 경기 이천에 출마해 송석준 미래통합당 의원에게 패한 김용진 전 기획재정부 2차관은 지난달 31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임명됐다.

사생활 논란이 불거지자 총선에 불출마한 이훈 전 민주당 의원은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충북 증평·진천·음성 지역위원장을 지냈지만, 전략공천된 임호선 의원에게 밀린 임해종 전 기재부 공공정책국장은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에 거론되고 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경기 용인갑 경선에서 탈락한 뒤 킨텍스 사장으로 직행했다.

지난 6월에는 전현희 전 의원이 총선 패배 뒤 두 달 만에 장관급인 국민권익위원장에 임명됐다. 전 전 의원은 서울 강남을에서 3선을 노렸으나 박진 통합당 의원에게 패배했다.

청와대 주요 자리는 ‘험지’에 출마했지만 낙선한 인사들로 채워졌다. 전날 정무비서관에 임명된 배재정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역구였던 부산 사상에서 고배를 마셨다. 앞서 서울 송파을에서 배현진 통합당 의원에게 패한 최재성 전 의원은 정무수석을 맡았다. 박경미 청와대 교육비서관은 박성중 통합당 의원에게 져 재선에 실패했다. 부산 중·영도에서 황보승혜 통합당 의원에게 패한 김비오 전 지역위원장은 청와대 정무수석실 선임행정관에 발탁됐다. 국회도 與 인사 발탁국회도 여당 낙선 인사에게 자리를 내줬다. 장관급인 국회 사무총장에는 김영춘 전 의원(부산 부산진갑)이, 차관급인 국회의장 비서실장에는 복기왕 전 의원(충남 아산갑)이 임명됐다.

낙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올해가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만 3년이 되면서 임기가 끝나는 공공기관장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공석이거나 올해 임기가 끝나는 공공기관만 50여 곳에 이른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노훈 국방연구원장 등 5곳의 기관장이 이달 임기가 끝난다. 다음달에는 코레일유통,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 6곳, 11월에는 한국인터넷진흥원, 국립암센터 등 9곳, 12월에는 한국산업인력공단, 국방과학연구소 등 22곳 기관장이 임기 만료를 맞는다. 여권 관계자는 “정부 초기 임명된 공공기관장 임기 만료로 인사 수요가 적지 않다”며 “일부 낙선 의원들이 총선 후 청와대 정무라인 등에 일자리를 부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공공기관은 ‘낙하산 인사’에 대한 반발로 몸살을 앓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스안전공사 노동조합은 임 전 국장의 사장 내정 소식이 전해지자 “제대로 된 사장을 임명하라. 자격 없는 낙하산·정치꾼·비전문가를 거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