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재 업체들 잇따라 자본 확충 나선다

입력 2020-09-01 17:15
수정 2020-09-02 00:3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고전하고 있는 식자재 업체들이 잇달아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 실적 부진이 길어질 조짐을 보이자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팔을 걷었다는 평가다.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풀무원은 지난달 31일 390억원 규모 영구채(신종자본증권)를 발행했다. 만기는 30년, 금리는 연 4.9%로 결정됐다. 영구채는 발행 회사가 만기를 연장할 수 있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는 채권이다. 풀무원의 자본 확충은 지난해 9월 700억원어치 영구 전환사채(CB) 발행 이후 약 1년 만이다.

CJ그룹의 식자재 계열사인 CJ프레시웨이도 자금 조달에 분주한 곳 중 하나다. 이 회사는 2018년 260억원어치 영구 CB를 발행하고 지난해 11월 7개 물류센터를 유동화해 1400억원을 조달했다. 올초에도 7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하며 적극적으로 현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들 식자재 업체는 영업환경이 급격히 나빠지자 재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또다시 영구채 발행 카드를 꺼낸 것으로 알려졌다. 풀무원은 주력인 식품사업 실적 개선에 힘입어 올 상반기 영업이익(192억원)을 전년 동기 대비 56.7% 늘렸지만 단체급식과 외식사업은 적자전환했다. 늘어난 이익보다 더 많은 빚이 쌓이면서 재무적 부담도 줄지 않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 6월 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총 차입금 비율은 4.7배로, 지난해 말(4.6배)과 비슷한 수준이다.

CJ프레시웨이는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올 상반기 영업손실 99억원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투자 확대 과정에서 차입을 늘리던 차에 실적이 나빠지면서 재무적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CJ프레시웨이의 EBITDA 대비 총 차입금 비율은 지난해 말 4.1배에서 올 6월 말 14.3배로 뛰었다. 아워홈과 신세계푸드 역시 올 들어 지속적인 적자와 차입 부담 확대로 고전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재무구조 악화를 막기 위해 앞으로도 자본 확충 시도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