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운용사 '도미노 퇴출' 신호탄?

입력 2020-09-01 17:14
수정 2020-09-02 00:31
올해 들어 처음으로 문을 닫은 사모펀드 운용사가 나왔다. 라임, 옵티머스 등 부실 사모펀드 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사모운용업계의 경영 환경이 급속도로 나빠진 만큼 앞으로 폐업하는 운용사가 속출할 것으로 우려된다.

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정우자산운용의 금융투자업(전문사모운용업) 등록 폐지를 지난달 28일 의결했다. 정우운용은 2018년 3월 최대주주인 이승환 대표가 설립한 정우자산을 모태로 한다. 같은 해 7월 자본금 20억원으로 전문사모운용사 등록을 한 뒤 특수목적회사(SPC) 자산 관리와 항공기·선박과 같은 특별자산 자문업 등을 영위해 왔다. 작년 말 기준 운용자산(AUM) 규모는 213억원이다.

이 회사는 설립 첫해 8억8000만원 순손실을 냈다. 작년에도 9억6000만원 적자를 내 자기자본이 4억원대까지 쪼그라들었다. 올초 자본금 증자와 함께 수천억원 규모의 항공기 펀드 설정을 추진했으나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무산됐다. 이후 자진 폐업 절차를 밟았다.

사모운용사 사이에선 ‘남의 일 같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해 라임을 시작으로 사모펀드 사고가 잇따르면서 업계 전반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개인 대상 사모펀드 판매잔액은 19조7116억원으로 전월 대비 7079억원 줄었다. 올해 감소액은 4조2103억원에 달한다. 라임 사태 직전인 작년 6월(27조258억원)과 비교하면 1년 새 7조원 이상 급감했다.

은행과 증권사 지점 등 일선 프라이빗뱅킹(PB) 창구에서 사모펀드 판매는 꽉 막혔다. 우리·하나은행 등은 사모펀드 판매를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증권사들도 거래 운용사 수를 절반 이하로 축소하는 등 ‘옥석 고르기’에 나섰다.

사모운용사들은 펀드 수탁회사와 사무관리 회사를 구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옵티머스 사태로 수탁사와 사무관리사의 책임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자 사모펀드 취급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1세대 헤지펀드 운용사인 브레인자산운용 등은 아예 사모펀드의 리테일 판매를 포기하고 주주들을 대상으로 하는 패밀리 비즈니스로 방향을 틀었다.

사모운용업계에선 실적 악화에 따른 폐업이 도미노처럼 쏟아질 것으로 본다. 사모운용사 225개 중 158개(70.2%)가 지난 1분기 순손실을 냈다. 현재 전문사모운용사 등록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 자기자본 요건은 7억원이다. 6월 말 기준 위플러스운용과 아든운용 등 2곳의 자기자본이 이에 미치지 못했다. 자기자본 10억원 미만인 운용사도 20곳에 이른다.

금융위는 자기자본 등 유지 요건에 미달하는 사모운용사를 즉시 퇴출하는 ‘패스트트랙’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은 사모운용사 등록을 취소하려면 법령 위반 등을 적발해 검사와 제재 등 절차에만 1년 이상이 소요되는데 이를 6개월 이내로 단축한다는 계획이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