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의료계 반대에도 추진하고 있는 공공보건의료대학(공공의대)과 관련된 새로운 의혹이 제기됐다.
전북 남원시가 공공의대 부지를 공시지가보다 10배 가까이 비싸게 매입했고, 이로 인해 특정 여당 정치인이 특혜를 봤다는 의혹이다.
남원시 공공의대 담당자는 1일 <한경닷컴>과의 통화에서 "너무 황당한 의혹 제기"라며 "특혜를 본 당사자로 지목된 분은 루머를 퍼트리는 사람들에 대한 소송까지 현재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4년제 국립 공공의대는 오는 2024년 3월 전북 남원에서 개교할 예정이다.
온라인상에서는 이와 관련 남원시가 공시지가가 15억원에 불과한 공공의대 부지를 100억원 가량에 매입했다는 주장이 퍼지고 있다.
이에 대해 남원시 공공의대 담당자는 "해당 부지 공시지가가 15억원 가량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토지 매입을 공시지가로 하진 않는다. 감정평가에 따라 거래하게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토지만 거래하는 게 아니라 부지 내 건물, 영업장에 대해서는 영업 보상, 이주비 등을 지급해야 한다. 이런 것들을 전부 합치면 금액이 늘어난다"면서 "그래도 100억원에는 못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원시가 매입한 토지가 여당 정치인의 종친 땅이란 의혹에 대해서는 "이번에 매입한 토지 중 특정 종친회 땅이 다수 포함된 것은 맞다"면서도 "여당 정치인과 직접적인 관련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담당자는 "시골에서 토지를 매입하다 보면 종친회 땅이 다수 포함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종친회가 지역에서 일반인들보다 넓은 땅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현재 저희가 제시한 매입가는 실거래가에도 미치지 못해 종친회에선 특혜라는 일부 지적에 억울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공공의대와 관련해서는 이외에도 '학생 선발에 시·도지사,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할 것'이라는 주장, '공공의대생은 서울대에서 의무복무하고 채용도 서울대에서 된다' 등의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급기야 복지부는 지난달 30일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앞으로 공공의대와 관련해 악의적으로 가짜뉴스를 제작·유포해 사회 혼란을 가중시키는 행위에 대해 고발하는 등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오해는 복지부가 자초한 면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는 지난 2018년 보도자료를 통해 시·도지사에게 선발 학생에 대한 추천권을 부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복지부는 또 최근 공식 블로그를 통해 "후보 학생 추천은 전문가·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중립적 시·도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동 위원회가 정부 제시 심사기준 등을 토대로 시·도에 배정된 인원의 2~3배수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선발해 추천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했다.
복지부가 가짜뉴스라고 지목한 정보의 출처가 복지부인 셈이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지난달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에 출석해 "(공공의대 시민단체 및 시도지사 추천설은) 사실이 아니다. 오인되게 한 점에 송구하다"며 "공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선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초기 해명 과정에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혼란을 드린 부분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설명 자체가 적절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재차 인정했다.
복지부 측 설명에도 의료계에서는 공공의대가 대학 졸업생들이 가는 사실상 '의학전문대학원'인 만큼 학생을 공정하게 선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지난달 31일 공공의대와 관련해 "이 정권 사람들의 자녀와 친인척, 이 정권의 진영에 끈 닿는 사람들끼리만 천년만년 잘살아 보겠다는 것"이라며 "엉터리 가짜 증명서, 추천서로 의대에 입학시킨다면 우리나라 병원과 의료계는 돌팔이 천지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