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만에 1억 넘게 올라"…비규제 김포서 영끌하는 30대

입력 2020-09-01 14:47
수정 2020-09-01 14:49
‘6·17부동산대책’ 이후 경기 김포에서 매수문의가 급증하고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고 있다. 수도권의 거의 모든 지역과 충청권까지 규제지역으로 묶고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를 사실상 막자 규제를 피한 몇 안 되는 지역에서 또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주요 매수자들의 30~40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서 집을 산다는 의미)을 통해 집을 사는 젊은 층이다. 규제가 오기 전에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수요부터 전셋값 상승으로 매입에 나서는 수요까지 넘치면서 집값은 상승중이다.

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6·17대책 이후 지난주(8월24일 기준)까지 김포의 아파트값은 3.27% 오르며 3%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6·17대책에서 비규제지역으로 남은 이후 계속 집값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김포 아파트, 6·17대책 이후 1억~2억씩 뛰어중형면적 기준으로 매매가는 7억원을 육박하고 있다. 김포 풍무동의 ‘풍무센트럴푸르지오’ 아파트(전용 84㎡)는 지난달 중순 6억6800만원에 팔렸다. 지난 6월 초까지만 해도 5억7500만원에 매매거래가 이뤄진 것과 비교하면 6·17대책 이후 두 달여만에 1억원 넘게 오른 셈이다.


김포골드라인 역세권 일대 새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맷값은 1억~2억원씩 뛰는 분위기다. 걸포동 신축 단지인 ‘한강메트로자이2단지’ 전용 74㎡ 분양권은 지난달 말 6억1230만원에 팔리면서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 5월 초 4억867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두달 새 1억2000만원가량 올랐다. 같은 단지 내 전용 99㎡ 분양권은 비슷한 기간에 5억9430만원에서 7억7228억원 뛰어 2억원가량 값이 상승했다.

이 단지를 중개하는 G공인 중개사는 “6·17대책 발표 이후 확실히 수요가 늘었다”며 “지난해 김포골드라인이 개통하면서 서울과 가까워졌으며 아직 규제에 묶이지 않아 대출 등을 받기가 서울보다 쉽다는 점도 수요자들의 관심을 끄는 요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30~40대 실수요자들이 김포 아파트 매매에 뛰어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7월 김포 아파트 총 매수 건수(2310건) 중 40대가 721건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 다음이 30대(676건)이었다.

풍무동 Y공인 대표는 “마곡지구 등 서울에서 출퇴근하려는 젊은 층들이 집을 많이 보러 온다”며 “서울 집값이 강서 외곽도 10억원에 육박하고 있고, 대출도 어려워졌으며 전세 매물마저 잠기면서 상대적으로 값이 싸고 규제가 없는 지역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포도 '곧' 규제지역에 들어가나 이처럼 집값이 뛰면서 부동산 업계에선 정부가 추가대책을 내놓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김포 일대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고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강화, 3기신도시 사전청약 물량 확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부동산대책 논의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정부의 규제가 강화될수록 매물 잠김이 심화되는 등 효과에 비해 부작용이 컸던 만큼 또 규제지역을 추가 지정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6·17대책 발표 직후엔 비규제지역 효과로 집값이 크게 뛰었지만 최근엔 상승폭이 둔화하고 있다는 점도 추가 규제 가능성을 낮춘다. 실제 감정원의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을 살표보면 6·17 대책 발표 직후인 김포의 6월4주차 상승률은 1.88%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지만 8월 말엔 상승폭이 0.13%까지 축소됐다.

한 부동산업계 전문가는 “김포는 아파트값이 많이 뛰긴 했지만 폭등 수준으로 상승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규제를 하기엔 애매한 측면이 있다”며 “최근엔 다주택자들의 세부담이 커지면서 비규제지역이라 할 지라도 쉽게 투자에 뛰어들긴 어려운 상황이라 감포 집값 상승세가 더 커지긴 어렵다는 전망도 있다. 실제 현재 김포에 새로 진입하는 계층은 젊은 실수요자들이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