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심의위 결과 뒤집고 이재용 기소 강행…긴 법정 싸움 불가피 [종합]

입력 2020-09-01 14:18
수정 2020-09-01 14:19

1년9개월여간 '삼성 합병 및 승계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결국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3년6개월째 '국정농단 사건'의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은 향후 수년간 또 한번의 법정 다툼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1일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을 수사한 결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그룹 핵심 관계자 11명을 불구속 기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에게는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외부감사법 위반 외에도 업무상 배임 혐의가 추가됐다. 검찰은 이재용 부회장 등이 2015년 5월부터 같은 해 9월까지 '이 부회장의 최소비용 삼성그룹 승계 및 지배력 강화 목적'으로 수년간 계획한 승계 계획안(프로젝트-G4)에 따라 그룹 미래전략실(현재는 폐지) 주도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결정을 추진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 과정에서 합병 거래의 각 단계마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하도록 투자자들을 상대로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계열사인 삼성증권 PB 조직 동원 △자사주 집중 매입을 통한 시세조종 등 각종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및 시세조종을 했다는 것이 검찰 수사의 결론이다.

검찰은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사기 의혹도 '회계사기'로 판단하고 이재용 부회장 등에게 주식회사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삼성바이오는 당초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미국 합작사 바이오젠의 콜옵션(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회계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가 2015년 합병 이후 1조8000억원의 부채로 잡으면서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4조5000억원 상당의 자산을 부풀렸다고 검찰은 봤다.

검찰은 이런 일련의 행위가 결과적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라는 사익을 위해 투자자의 이익은 무시한 것인 만큼 업무상 배임 혐의가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또 자본시장법의 입법 취지를 무시한 조직적인 자본시장 질서 교란 행위로서 중대 범죄라고 비판했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은 외부 전문가들에게 판단을 맡겨달라며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개회를 요청했다.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의위는 이재용 부회장 사건의 수사 및 기소 중지를 권고했다. 검찰이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를 따르지 않은 데 대해선 "사안이 중대하고 객관적 증거가 명백한 데다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건으로서 사법적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이재용 부회장은 향후 수년간 더 법정 싸움에 나서야 한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미 만 3년6개월째 '국정농단 사건'의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및 5G 통신장비 시장에서 중국, 미국 등의 업체와 치열한 경쟁을 해야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선 최악의 시나리오 중 하나를 받아든 셈이다.

'국정농단 사건'과는 별개로 이번에 새로 기소된 사건은 혐의가 복잡한 데다 검찰과 이재용 부회장 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탓에 장기간 법정 공방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 측은 검찰이 주장하는 불법행위는 전혀 없었으며, 더욱이 이 부회장이 보고받은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이재용 부회장 측은 대규모 변호인단을 꾸려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향후 이 사건의 공소 유지를 염두에 두고 수사에 참여한 김영철 부장검사가 팀장을 맡는 특별공판2팀을 서울중앙지검에 신설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