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기업들이 도쿄 도심 본사를 빼내 섬으로 옮기는 이유

입력 2020-09-01 13:54
수정 2020-09-01 14:19

임직원 2만명의 도쿄증시 상장 대기업이 2024년 중반까지 도쿄 도심의 본사를 세토나이카이의 섬으로 이전하기로 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인재파견 전문회사인 파소나그룹은 1일 그룹의 본사 기능을 일본 대기업 본사가 몰려있는 오테마치에서 아와지시마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이달부터 이전작업을 시작해 2024년 5월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주요 임원진과 경영기획, 인사 등 관리직 임직원 1800명 가운데 1200명이 아와지시마 본사로 이동한다. 도쿄 잔류를 희망한 600명과 영업부문 등 나머지 직군 2800명은 도쿄 본사에 남는다.

아와지시마는 효고현 고베시와 시코쿠섬을 잇는 면적 592.55㎢의 싱가포르만한 섬이다. 일본 4대 섬을 제외하면 오키나와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13만명이 살고 있다. 낙도라고 볼 수는 없지만 대도심과도 거리가 있다. 창업자인 난부 야스유키 파소나그룹 대표가 아와지시마가 속한 효고현의 고베시 출신이다.

파소나그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에 대비해 위험분산과 사업지속성 확보 측면에서 본사기능 이전의 잇점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지방에 본사를 둔 기업이 정보수집과 인재확보 면에서 불리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화상회의와 화상면접이 보급되면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본사 기능 이전을 통해 2008년부터 손을 댄 아와지시마의 농업과 관광업도 성장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포털 사이트 다음(현 카카오)이 2004~2012년에 걸쳐 본사를 제주도로 이전한 적이 있다.

일본 상장기업 가운데 도쿄에 본사를 둔 회사는 50%를 넘는다. 이 때문에 경제력의 수도 집중이 국가적인 과제로 지적돼 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정권은 도쿄집중도 완화를 핵심 정책으로 내걸고 본사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기업에 세제혜택을 주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본사를 도쿄도에서 지방으로 옮긴 기업은 629개로 지방에서 도쿄로 본사를 옮긴 580개사를 웃돌았다. 하지만 도쿄를 벗어난 기업 대부분이 가나가와현 등 수도권으로 본사를 이전해 수도권 과밀화의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의 지방 이전은 상대적으로 활발한 편이다. 지난 7월에는 차 전문점 루피시아가 도쿄 지유가오카의 본사를 홋카이도의 스키 리조트 타운 니세코로 이전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