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 투자 열풍이 뜨겁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7월부터 지난 27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순매수액은 6조2506억원으로, 같은 기간 개인의 유가증권시장 순매수액(6조7242억원)과 엇비슷했다. 해외와 국내 투자비중이 거의 같아진 셈이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보유잔액은 38조1846억원(지난 28일 기준)으로 올 들어서만 123.3% 급증했다.
해외주식 투자 붐은 ‘서학개미’라는 신조어가 나올 만큼 추세로 자리잡았다. 해외주식 순매수는 1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세계 자동차업계 시가총액 1위인 테슬라 주식을 4조3432억원어치나 보유해 10번째 주주에 올랐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주식은 단기투자용으로, 해외주식은 장기투자용으로 접근하는 투자자가 많다”고 분석한다. 한마디로 한국 증시가 투자매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직접적 원인은 국내 증시가 수년간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했던 반면 미국 증시는 지난 10년간 장기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해외주식 상승세는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테슬라, 애플, 아마존 등 혁신기업이 이끌고 있다, 성장성과 수익성을 모두 갖춘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한국 기업들은 반도체, 바이오 등 극히 일부 업종의 몇몇 기업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경쟁력도 성장성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 격차도 있지만 무엇보다 정부의 끊임없는 규제와 간섭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타다 금지법’에서 볼 수 있듯이 신(新)산업은 번번이 가로막히고, 만연한 반(反)기업 정서는 기업지배구조·공정거래·환경·노동 분야에서 끝없이 규제를 생산해왔다.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한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금융그룹 감독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대표적이다. 합법적 사업이 하루아침에 불법이 되고,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 총수의 앞날이 극히 불투명한 나라에서 누가 주식을 오래 갖고 싶겠나.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주식시장을 떠받쳐온 개인투자자를 응원해야 한다”고 했다. 진심이라면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에 장기투자하고 싶은, 그런 기업 환경부터 만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