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땅 위에서 연어 기르기

입력 2020-08-31 17:54
수정 2020-09-01 00:17
“사막에서도 연어 양식(養殖)이 가능하다고?” 아랍에미리트가 지난해 육상에서 양식한 연어를 내놓자 세계가 깜짝 놀랐다. 현지 수산물 회사 피시팜은 직경 20m짜리 탱크 4개를 활용해 연어 양식에 성공했다. 중국 고비사막에서도 덴마크 업체의 기술로 연어가 양식되고 있다. 노르웨이와 칠레 또한 육상 양식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일본은 연어뿐 아니라 참치까지 육상에서 양식하고 있다. 1970년 참치 양식을 시작한 일본은 2002년 알에서 성어(成魚)에 이르는 ‘참치 완전양식’에 성공한 뒤 육지의 대형 양식장에서 참치를 키우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호주와 스페인, 이탈리아도 참치 양식업을 국가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한국은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2009년 참치 바다 양식 성공에 이어 육상 양식 기술까지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미래양식연구센터가 2011년 인공으로 부화시킨 참치는 태어나서 한 번도 바다에 가 본 적 없이 육지에서만 자란 물고기다.

육상 양식의 최대 관건은 수온, 수질, 먹이 등을 종합 관리하는 ‘해수(海水) 순환기술’이다. 오염된 양식장 해수를 주기적으로 전면 교체하는 게 아니라 해수를 35%만 교체하고 나머지는 재사용하는 방식이다. 산소농도 등을 실시간 데이터로 파악하고 필요한 사료도 적기에 공급할 수 있다.

어제 동원산업이 강원 양양에 육상 연어 양식단지를 만든다고 발표했다. 이 단지에 적용되는 것이 해수 순환기술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다. 사물인터넷(IoT)과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수온과 영양 상태 등을 관리하고 연어의 생산·제조·유통 과정을 일원화하면 국제 경쟁력이 높아질 전망이다.

GS건설도 부산에서 이런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양식’ 사업을 시작한다. 건설회사가 웬 양식업이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세계적인 해수담수화 업체인 자회사 GS이니마의 첨단기술과 바이오 폐수처리에 관한 핵심 기술을 확보한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육상 양식은 소비자에게도 희소식이다. 가까운 곳에서 키운 물고기를 신선한 상태로 살 수 있고, 수입품에 부과되는 관세가 없어 가격 부담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잡는 어업’을 넘어 ‘기르는 어업’ 시대, 양식(養殖)이 곧 미래의 양식(糧食)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