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아이디어 발상법

입력 2020-08-31 17:53
수정 2020-09-01 00:09
기업이 당면한 최우선 과제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저마다 매력적인 보상을 걸고 공모전을 개최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아이디어는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혁신에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조급하게 생각하면 오히려 혼란에 빠지게 된다.

참신한 생각이 툭툭 튀어나올 것 같은 거장들도 생각이 막힐 때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공감이 됐다. 괴짜로 알려진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은 아이디어 노트를 사용하는데, 한 페이지를 두 공간으로 나눈 뒤 한쪽에는 아이디어를 기록하고 다른 쪽에는 그 아이디어의 첫 번째 실행과정을 적는다고 한다. 마케팅 전문가이자 《보랏빛 소가 온다》 등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쓴 작가 세스 고딘의 노하우는 글을 쓰다 막힐 때 주위 책장을 둘러보다가 눈에 들어오는 책을 펼쳐 엉뚱한 이야기를 상상해보는 것이라고 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아이디어를 쥐어짜 내기에는 에너지 소모가 너무 크다. 나 또한 비즈니스를 구상할 때 아무리 머리를 싸매도 매번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것은 아니었다. 막힌 생각을 뚫기 위해 혼자 산길도 걸어보고, 이 책 저 책 뒤적이며 괴로워하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경제신문을 보며 생긴 노하우가 있다. 바로 ‘주어 바꿔보기’다.

‘OO사(社)가 암 치료제 연구개발을 추진한다’의 주어를 바꾸면 ‘신한은행이 암 치료제 개발을 추진한다’가 된다. 너무 어색하면 다른 문장으로 눈을 돌려본다. ‘OO건설이 광역철도 개발에 착수했다’를 ‘신한은행이 광역철도 개발에 착수했다’로. 바꿔보니 뭔가 기회가 보이는 듯하다. 이런 식으로 매일 아침 경제신문을 읽으며 가끔은 황당한, 때로는 그럴싸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곤 한다. 뭉쳐 있던 생각의 근육이 풀리는 시원한 경험이다.

코로나19가 좀처럼 끝나지 않는 상황에서 요즘 많이 하는 또 다른 생각법은 ‘만일 OO가 없다면?’이다. 외부활동에 제약이 많은 이 시기에 만일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가 없다면? 만일 모바일 음식 주문 앱이 없다면? 더 나아가 만일 스마트폰이 없다면? 얼마나 많은 이가 삶에 불편함을 겪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고 이들의 존재에 감사함을 느낀다.

생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만일 은행이 없어진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느낄까? 저마다 편한 앱으로 쇼핑하듯 금융거래를 하며 아무런 아쉬움도 느끼지 못할 듯하다. 모두가 은행을 그리워할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는 것은 변화를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절실하다는 의미다.

가을로 접어드는 9월의 첫날, 올드팝 ‘September’(Earth, Wind & Fire, 1978) 가사처럼 구름이 걷히고 모두의 하늘에 금빛 꿈들이 빛나기를 고대하며 오늘도 생각에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