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미디어 공룡 넷플릭스의 공세가 한층 더 거세진 가운데 정부가 국내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 지원에 나섰다. 인터넷TV(IPTV),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에 적용하던 시장점유율 규제를 폐지하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에 세액공제 등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지위를 부여하기로 했다. 유료방송과 콘텐츠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최소화해 글로벌 사업자와의 경쟁을 측면 지원하기 위해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1일 이 같은 내용의 방송법·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IPTV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지난 6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에 따른 후속조치다.
정부는 우선 방송법·IPTV법을 개정해 특정 기업 계열이 IPTV, 케이블방송 등 전체 유료방송 시장의 3분의 1 이상을 점유하지 못하도록 한 시장점유율 규제를 완전히 폐지하기로 했다. 이를테면 KT계열의 IPTV 올레tv와 위성방송 KT스카이라이프, 인수를 추진 중인 현대HCN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전체 시장의 33%를 넘겨도 되는 것이다. 업체 간 합종연횡이 보다 자유로워지면서 대형 플랫폼이 탄생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토종 OTT 사업자를 지원하기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국내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LG유플러스에 이어 8월부터 유료방송 1위인 KT 올레tv 셋톱박스도 넷플릭스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용자들의 접근성이 더욱 커진 상태다. 여기에 디즈니플러스가 국내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어 토종 업체가 경쟁력을 갖추기도 전에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따르면 OTT 사업자는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된다. 정보통신망으로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부가통신역무를 수행하는 사업자라는 뜻이다. OTT 사업자에 대한 법적 지위가 마련되면서 세액공제, 진흥정책 등의 지원방안이 가능해졌다는 것이 정부 측의 설명이다.
기획재정부는 영화, 방송콘텐츠에 적용되는 제작비 세액공제를 OTT 콘텐츠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부가통신사업자’로 규정된 법률상 지위가 발목을 잡아왔다. 이번에 OTT 사업에 특정한 법률상 지위를 부여하면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비용에 대한 세액공제가 가능해졌다. 정부가 조성할 문화콘텐츠 펀드의 지원도 받을 수 있게 됐다. 정부는 2024년까지 총 1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콘텐츠 제작을 지원할 계획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을 시작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의 자율등급제, 기재부의 세제 지원 적용을 위한 관련법령 개정도 이뤄질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콘텐츠 제작 자율성이 높아지고 세제 혜택 등이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