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올랐다. 대권에 도전하면 임기는 20대 대통령 선거 1년 전인 내년 3월까지다.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는 이 신임 대표의 상황과 맞물려 향후 당·청 및 대야(對野) 관계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이 대표는 지난 29일 온라인으로 열린 전당대회에서 민주당의 새 대표로 선출됐다. 그는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한 토대를 쌓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대의원·권리당원·일반당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를 합쳐 60.77%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김부겸 전 의원(21.37%)과 박주민 의원(17.85%)은 각각 2, 3위에 올랐다. 이 대표와 함께 지도부를 구성하는 5명의 최고위원에는 김종민 염태영 노웅래 신동근 양향자 후보(득표율 순)가 선출됐다.
이 대표는 30일 신임 지도부와 화상간담회를 열고 “이번주 초 열릴 예정인 당·정·청 회의에서 추석 이전에 실행할 민생 지원책을 협의하겠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재난지원금 지급도 이 자리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추석 前 민생대책 내놓겠다…대통령께 할 말은 할 것"
176석 巨與 당권 잡은 李대표
이낙연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거대 여당 수장에 오르자마자 “추석 전 민생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수습을 위한 고삐를 조이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할 말은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여당 대표로서 주어진 7개월의 시간 동안 정권 재창출을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낙연 리더십 증명할까이 대표는 30일 신임 지도부와의 화상간담회에서 “이번주 초에 열리는 당·정·청 회의에서 민생 지원과 코로나19 상황을 점검하고 협의하겠다”며 “민생 지원과 관련 추석 이전에 실행해야 할 것이 있기 때문에 회의를 바로 시작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회의에서 재난지원금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민생 챙기기’에 나서면서 당권은 물론 대권을 위한 공식 행보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29일 당대표에 당선된 직후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당·정·청이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겠다”면서도 “대통령께 드릴 말씀은 늘 드리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이 대표의 전화는 최우선으로 받겠다”며 축하 인사를 전했다.
이 대표가 문 대통령에게 ‘직언’을 예고한 것은 문 대통령의 성공 여부에 사실상 재집권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과 이 대표의 지지율은 함께 움직이고 있다.
이 대표 개인적으로는 7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리더십을 증명해야 한다. 당대표에 오른 뒤 ‘민생 지원책 마련’을 우선 지시한 것도 코로나19 극복이 이 대표에게 놓인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당내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를 확대 개편하겠다”고 했다.
‘이낙연 체제’에서 부동산 정책의 입법 속도가 늦춰질지도 주목된다. 문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부동산 문제에 대해 이 대표가 ‘숨 고르기’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장 부동산감독기구 설치를 두고 당·청 간 이견이 나올 수 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총선 과정에서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완화를 약속했다. 이 대표는 당선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부동산 입법 영향으로 매매시장은 안정화의 길로 가고 있다”며 “임대차시장은 정책 변화가 커서 전환기 진통을 앓고 있지만, 임차인의 주거권을 보장해 포용사회로 가자는 취지를 서로 이해하면 곧 안정될 것”이라고 했다. 득표율 절반 넘어내년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역시 이 대표가 책임져야 할 일이다. 후보 공천 여부부터 이 대표 손으로 결정해야 한다. 민주당 당헌에 따르면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하면 해당 선거구에 후보를 추천하지 않게 돼 있다. 민주당 소속이던 서울·부산시장은 성추문으로 자리를 잃었다. 하지만 여당이 제1·2 도시의 지방자치단체장 공천을 하지 않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당내 의견이 많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의 당내 지지세를 확인한 것은 이 대표에게는 수확이다. 이 대표는 전국대의원, 권리당원, 국민, 일반당원 등의 투표에서 모두 과반 득표율을 올렸다. 이에 따라 이 대표에게 적지 않은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 자신도 언급한 당내 팬덤이 없는 데 대한 우려를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불식했다는 분석이다.
차기 대권을 두고 경쟁하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 대표의 풍부한 정치·행정 경험과 안정·통합의 리더십으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이끌어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이 대표에게 거는 야당의 기대가 적지 않다”며 “176석 정당의 횡포를 이 정도에서 중단해 달라”고 했다. 최고위원도 결정이 대표와 함께 ‘슈퍼 여당’의 지도부를 구성하는 최고위원도 결정됐다. 김종민 의원은 득표율 19.9%를 기록해 1위에 올랐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단체장’ 최초의 최고위원 당선에 성공했고, 양향자 의원도 여성 할당이 아니라 자력으로 최고위원을 차지했다. 4선의 노웅래 의원과 재선의 신동근 의원도 최고위원에 뽑혔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사상 최초로 온라인으로 열렸다.
조미현/이동훈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