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블록체인’ 기술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블록체인의 핵심인 탈(脫)중앙화 저장 기술로 뱅킹 앱의 안전성을 높이고, 전문직대출과 정책대출에 등에 필수적인 ‘검증 시간’도 획기적으로 줄인다는 전략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블록체인 기술인 분산신원확인(DID)을 뱅킹 앱 신한쏠(SOL)에 도입했다. DID란 신원 정보를 암호화해 블록체인에 저장한 뒤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시스템이다. ‘제3의 인증기관’이 필요한 기존 공인인증서보다 도난과 위·변조 위험이 적다는 평가다. 신한은행은 블록체인 기업 아이콘루프와의 협업으로 DID를 개발해 금융권에서 처음 앱에 상용화했다.
신한은행은 2019년 의료인 대상의 ‘닥터론(대출)’에 블록체인 자격 검증을 도입해 2~3일 걸리던 신원확인 절차를 간소화했다. 연내 블록체인을 활용한 정책대출 전용 플랫폼도 마련하기로 했다. 금융소비자가 각종 서류를 간단하게 은행에 제출할 수 있는 서비스다.
정보와 거래를 분산하는 블록체인 기술이 은행 거래에 필요한 인증과 데이터 저장에 알맞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통신 3사와 삼성전자, 코스콤 등이 참여한 모바일 전자증명 동맹에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참여한 것도 이런 이유다. 두 은행은 조만간 뱅킹앱에 DID 인증을 도입하고, 블록체인 기반의 증명서 서비스도 시작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이달 초 해치랩스, 컴벌랜드코리아, 해시드와 디지털자산 분야에서 협력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맺었다. 해치랩스는 디지털자산 지갑 서비스를 하는 블록체인 기업이고, 컴벌랜드코리아는 암호화폐 관련 업체다.
해시드는 서울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활동하는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다. 국민은행은 이들 업체와 암호화폐, 부동산, 미술품 등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저장·거래하는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농협은행은 NH투자증권·NH저축은행·농협캐피탈 등과 함께 DID에 기반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블록체인 기술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금융회사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이라며 “수년간 관련 기술과 조직에 투자한 성과가 서서히 서비스에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