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쏟아지는 의자에 앉아 있다. 흙 속에 발을 넣었다. 따뜻한 이삭. 이삭이라는 이름의 친구가 있다. 나는 망가진 마음들을 조립하느라 자라지 못하고 밑으로만 떨어지는 밀알. 옆에 앉아 있다. 어둠을 나누고 있다.
시집 《어떤 사랑도 기록하지 말기를》(문학과지성사) 中
밀알이 싹을 틔우고 자라난 이삭은 내 친구의 이름입니다.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우리는 너와 나의 이름으로 공동체를 이루고 서로 어둠을 나눕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주는 것. 곁에서 믿음과 희망으로 함께 성장하여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존재가 되어 주는 것. 이름 가진 존재들의 아름다움이지요. 그리고 우리는 그런 아름다운 관계에 연대라는 이름을 붙여요.
김민율 시인 (2015 한경 청년신춘문예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