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홀 10m가 넘는 파퍼트를 남겼을 때 타이거 우즈는 그린쪽으로 걸어오며 자주 고개를 숙였다. "또 타수를 잃겠구나". 불안감이 스쳤던 것일까. 신중에 신중을 거듭한 우즈의 파퍼트는 긴 궤적을 그리더니 홀로 빨려들어갔다. 힘겨운 하루의 위안이 될 만한 마지막 마무리였다.
우즈는 29일 미국 일리노이주 올림피아필즈CC(파70·7366야드)에서 열린 PGA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2차전 BMW챔피언십(총상금 950만달러, 우승상금 171만달러) 2라운드에서 5오버파 75타를 쳤다. 이틀 합계 8오버파를 기록한 우즈는 공동 56위로, 전날보다 순위가 21계단 내려갔다. 공동 4위 이상의 성적을 내야만 하는 목표는 더 멀어졌다. 플레이오프최종전 진출 가능성도 그만큼 희미해졌다. 우즈의 페덱스 랭킹은 57위로, 이번 대회에서 4위 이상을 한 뒤 랭킹을 끌어올려야 '최후의 30인'명단에 들 수 있다.
플레이오프 최종전인 투어챔피언십은 페덱스컵 랭킹 상위 30명만이 갖는 혜택이다. 이들끼리만 보너스 상금 4500만달러를 나눠갖는다.
올림피아 필즈는 어렵기로 악명이 높다. 2000년 이후 이 코스에서 우승 경험을 한 이는 이번 대회 출전 선수 가운데 브라이슨 디섐보가 유일하다. 그는 2015년 US아마추어챔피언십을 이 곳에서 제패했다. 도박사들이 그를 우승후보로 꼽은 이유이기도 하다.디샘보는 이틀간 3오버파를 쳐 공동 13위로 순위를 22계단 끌어올렸다.
코스도 어려웠지만, 우즈의 샷과 퍼트감이 이 난도를 극복할만큼 날카롭지 못했다.
버디 2개를 잡아냈지만 더블보기 1개, 보기 5개를 쏟아내 중과부적이었다. 첫 티샷을 벙커에 빠트리며 고난의 하루를 예고한 그는 마지막 홀에서도 우드티샷을 벙커 턱에 박아넣어 스트레스를 겪었다. 어프로치도 홀에 붙이 못했고, 롱퍼트도 쉬운 거리에 붙이지 못했다. 짧은 퍼트도 홀을 살짝살짝 핥고 흘렀다. 12번홀부터 16번홀까지 5홀 동안 4타를 잃는 등 집중력을 잃었다.
코스가 워낙 어렵다보니 1~2타만 줄여도 최상위권으로 급상승했고, 타수를 지키기만 해도 상위권으로 반등했다. 플레이오프 1차전을 제패한 더스틴 존슨이 1언더파를 쳐 중간합계 이븐파로 공동 3위로 선두그룹을 따라붙었다. 1,2차전을 모두 제패할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애덤 스콧과 브렌든 토드가 각각 1언더파, 2언더파를 쳐 공동 5위 그룹(1오버파)에 합류했다.
임성재와 안병훈이 나란히 4오버파를 적어내 각각 11오버파 공동 63위, 7오버파 공동 45위로 2라운드를 마무리했다.
선수들 중 2라운드에서 언더파를 신고한 이는 7명에 불과했다. 중간합계에서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는 매킬로이와 캔틀레이가 전부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