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뒤이을 일본 신임 총리 다음달 15일 결정될듯

입력 2020-08-29 08:42
수정 2020-11-26 00:03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공석이 되는 일본 신임 총리의 윤곽이 다음달 15일 전후로 드러날 전망이다.

29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가 전날 사의를 발표한 직후 집권 여당인 자민당은 긴급임원회의를 열어 당총재선거의 시기와 형식을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에게 일임하기로 결정했다. 니카이 간사장은 오는 9월1일 당총무회에서 정식으로 총재선거 방식을 결정할 계획이다.

자민당 당규에 따르면 총재가 임기 도중 사임하면 원칙적으로 당대회를 열어 전국의 당원과 소속 국회의원(중의원·참의원)이 모두 참가하는 선거를 통해 총재를 선출해야 한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이 시급하기 때문에 '긴급시에는 중·참의원 양원의원총회에서 후임을 선임할 수 있다(자민당규 2항6조)'는 예외조항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자민당이 당원투표를 생략하고 9월 중순 개최할 예정인 양원의원총회에서 후임 총재를 선출하기로 방침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산케이신문은 양원의원총회의 투·개표를 9월15일 실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자민당 간부를 인용해 "늦어도 9월15일까지는 새 총재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1998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2001), 후쿠다 야스오 전 총리(2007년), 아소 다로 전 총리 겸 현 부총리(2008년) 등이 양원총회방식으로 총재에 선출됐다.

의원총회방식으로 선거를 치르면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 394명(중의원 283명·참의원 111표)의 표와 47개 도도부현지부연합회가 3표씩 행사한 141표를 합한 535표 가운데 다수표를 획득한 후보가 자민당 총재가 된다. 새 총재의 임기는 아베 총리의 잔여 임기인 내년 말까지다.

후임 자민당 총재가 확정되면 중의원과 참의원이 임시 국회를 열고 수상 지명 선거를 실시해 신임 수상을 지명한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은 다수당 총재가 총리에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자민당 총재 선거 결과에 따라 차기 총리가 사실상 결정된다.

2007년 아베 총리가 1차 집권 도중 사임함에 따라 치러진 총재선거에서는 9월12일 사의표명에서부터 새 총재를 선출하기까지 11일, 수상 지명까지 13일 걸렸다.

의원총회에서 차기 총재를 선출하는 방안이 유력해짐에 따라 의원표의 비중이 커져 총재 선거전 또한 자민당 파벌 역학구도에 의해 좌우될 전망이다. 후임 총재로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과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자민당 주요 파벌은 아베 총리가 속한 호소다파(의원수 약 96명), 아소 부총리가 속한 아소파(56명), 다케시다파(56명), 기사다 정조회장의 기시다파(48명), 니카이 간사장의 니카이파(44명), 이시바 전 간사장의 이시바파(20명), 이시하라파(12명) 등으로 구분된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지만 의원총회 방식으로 선거가 치러지면 승산이 낮다는 분석이다. 20명 안팎인 파벌 인원에서 보듯 당내기반이 약하기 때문이다. 그는 2012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도 당원들이 참여한 1차 투표에서는 아베 총리에서 이겼지만 의원들만 참여하는 2차 투표에서 패배해 총리직에 오르지 못했다.

스가 관방장관은 소속 파벌이 없지만 주요 파벌들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은 한 자릿수인 대중 지지율이 약점이다.

한편 아베 총리는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 악화를 이유로 28일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일본 총리가 건강 문제로 퇴진한 것은 임기 중 사망한 오히라 마사요시(1978~1980년) 전 총리를 포함해 6번째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