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서울시의 송현동 부지 문화공원 지정 강행과 관련해 ‘알박기’라는 표현까지 쓰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대한항공은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시가 구체적 시설계획과 예산 확보 없이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우선 지정해 확보하려고 한다”며 “이는 송현동 부지의 실질적인 매각을 막는 사실상 위법성 짙은 ‘알박기’”라고 주장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2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지난 6월 권익위에 고충 민원을 제기한 데 이어 이달 20일엔 권익위 주재 회의에 출석했다”며 “그럼에도 서울시는 문화공원 지정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유동성 위기를 겪는 대한항공은 현금 확보를 위해 송현동 부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 땅을 문화공원으로 지정한 뒤 감정평가를 거쳐 매입하겠다는 계획이다. 문화공원으로 지정되면 건축행위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민간 매각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대한항공은 서울시가 국토계획법령을 위반했을 소지가 크다는 점도 지적했다. 대한항공은 “서울시가 도시관리계획변경안을 입안해 강행하는 것은 최소한의 실현 가능성과 집행 가능성이 담보되지 않았기 때문에 국토계획법령을 위반했을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서울시는 기업 사유재산인 송현동 부지의 문화공원 지정 강행을 마땅히 철회해야 한다”며 “연내 다른 민간 매수의향자에게 매각하는 과정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곧바로 보도자료를 내고 공개 반박에 나섰다. 서울시는 “도시관리계획 변경절차를 이행 중으로 절차상 위반 사항이 없다”고 주장했다. 송현동 부지 매각을 둘러싼 서울시와 대한항공의 협상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숨진 뒤 답보 상태에 빠져 있다. 박 전 시장은 생전에 송현동 부지 매입을 위해 대한항공에 가격 인상과 조기 지급을 제안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서울시 공공개발기획단 관계자는 “박 전 시장의 제안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부지 매입은 절차대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