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계소문] BTS·블랙핑크·슈퍼엠…금요일1시·美무대까지 'K팝이 달라졌다'

입력 2020-08-30 08:32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K팝이 달라졌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BLACKPINK), 몬스타엑스(MONSTA X), 슈퍼엠(SuperM) 등 다수의 아이돌 그룹들의 인기가 국내를 넘어 세계 각국으로 뻗어나가면서 K팝이 본격적인 글로벌화 흐름에 올라탔다. 음원 발매는 물론, 컴백 무대, 노래까지 해외 시장을 겨냥해 전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금요일 오후 1시 음원 공개, 영어 가사, 미국 방송에서 공개하는 첫 컴백 무대. 최근 음원을 공개한 인기 아이돌 그룹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점이다.

국내에서는 대다수의 가수들이 평일 오후 6시에 신곡을 발표한다. 과거에는 자정(0시)에 맞춰 발표하는 게 일반적이었으나 팬덤 총공, 사재기 등 음원차트의 순기능을 훼손하는 각종 문제점들을 막고자 차트 반영 시간이 변경되고, '차트 프리징'(이용자가 급감하는 오전 1시~7시에 실시간 차트를 운영하지 않는 제도로 2018년 도입) 제도가 도입되는 과정을 거치며 최대의 소비 효과를 낼 수 있는 시간대를 찾아 일제히 오후 6시로 시간대를 옮겨간 것이다.

대부분의 컴백 팀들은 통상적으로 월~목 오후 6시에 음원을 내왔다. 이는 일과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혹은 편히 여가를 즐기는 시간대를 노린 것임과 동시에 휴일의 시작이라 여겨져 스트리밍 소비가 다소 줄어드는 금요일을 피한 전략이었다. 국내에서는 어느 순간부터 일종의 규칙처럼 여겨지는 패턴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금요일 오후 1시에 신곡을 발표하는 그룹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평소 기피하던 금요일, 심지어 일과 중인 오후 1시에 신곡을 발표하다니. 국내 시간에 맞추면 다소 의아한 선택이지만 이를 미국 시간으로 보면 금세 수긍이 간다. 미국 팝시장에서는 금요일 신곡 공개가 마치 공식처럼 자리잡고 있다. 한국에서의 금요일 오후 1시는 미국 동부시간 기준으로 금요일 0시에 해당한다. 즉, 글로벌 K팝 그룹들이 줄줄이 미국 음악시장에 맞춰 신곡을 발표하고 있는 것이다.

영어로 쓰인 곡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가 미국 진출을 위해 만든 연합팀 슈퍼엠은 데뷔곡 '쟈핑(Jopping)'부터 가사의 90% 이상이 영어였다. 지난 14일 공개한 첫 정규 앨범 프로젝트의 선공개 싱글인 '100(헌드레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블랙핑크의 신곡 '아이스크림(Ice Cream)' 역시 리사의 한국어 랩 파트를 빼면 전부 영어로 되어 있다.


특히 지난해 약 1000억 원의 수익을 낸 스타디움 투어에서 내내 한국어 노래를 선보였던 방탄소년단도 최근 데뷔 후 처음으로 영어곡을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한국어 노래'를 고수해오던 이들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세계로 향하는 발걸음이 차단된 상황에서 영어 가사를 선택했다. 이에 미국 빌보드의 메인 싱글차트인 '핫100' 정상에 오르는 일도 한 발 가까워졌다.

빌보드 '핫 100'은 음원 판매량과 스트리밍 횟수, 유튜브 조회수, 라디오 방송 점수 등을 합산해 발표하는 빌보드의 메인 차트다. 보수적인 미국 라디오에서 한국어 노래가 나오기 쉽지 않기 때문에 현지 방송 점수는 K팝 가수들에게 가장 큰 약점으로 작용하곤 했다. 그러나 아예 영어곡을 발표함으로써 '한국어 노래'라는 한계를 상쇄했다는 점은 기존보다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미국 매체 포브스는 지난 27일 "BTS의 신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빌보드 '핫100' 1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 빌보드와 함께 양대 팝 차트로 통하는 영국의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에는 3위로 진입한 상태다.

컴백 무대를 미국 방송에서 최초로 공개하는 것은 꽤 익숙한 일이 됐다. 대형 공연장에서 콘서트 형식의 '컴백쇼'를 개최해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하며 컴백을 알리던 것을 넘어 이제는 미국 NBC 토크쇼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지미 팰런쇼)', 코미디쇼 'SNL',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까지 K팝 그룹들의 컴백 무대가 됐다.

심지어 블랙핑크는 팝스타와의 화려한 컬래버레이션으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간 두아 리파, 레이디 가가와 협업해 해외 차트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이들은 이번에 셀레나 고메즈, 아리아나 그란데와 합심했다. 셀레나 고메즈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신곡 '아이스크림(Ice Cream)'을 완성했고, 아리아나 그란데는 작사진에 이름을 올려 그야말로 환상의 라인업을 자랑했다.


K팝의 '해외 시장 공략 플레이'에 일각에서는 상대적으로 국내 활동에 소홀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 같은 시각은 K팝의 발전을 저해하는 편협한 사고가 될 수 있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에 따르면 세계 5대 음악시장 1위는 미국이며 이어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순이다. 현재 K팝은 미국 빌보드는 물론, 일본 오리콘 차트, 영국 오피셜 차트 등에서 나날이 최초, 최고의 기록을 세워나가고 있는 중이다.

시기적으로도 세계 음악산업의 성장에 발 맞춰야 할 중요한 타이밍이다. 국제음반산업협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음반 산업은 전년 대비 8.2% 성장한 202억 달러(약 24조5329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2004년 매출액 200억 달러를 돌파한 이후 사상 최고액이다. 특히 인터넷 기반으로 실시간 전송되는 '스트리밍 서비스'는 전년 대비 22.9%나 성장한 114억 달러의 매출액을 기록, 전체 음반 매출의 약 56%를 차지했다. 보다 손쉽게, 대중적으로 음악을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 구축이 구심점이 되어 세계 음악산업의 활발한 성장률을 불러왔음을 나타내는 결과다.

실제로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은 신곡 발표와 동시에 세계 수십 개국 내지 수백 개국의 아이튠즈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곤 한다.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수도 빠른 속도로 억 단위에 접어든다. 이처럼 5대 음악시장에서 두드러지는 K팝의 영향력은 국내 시장의 한계를 넘어서고 영역의 확장을 일궈냈다는 점에서 충분히 자부심을 느낄 만 하다.

다만, 단순히 해외 소비 취향을 좇기보다는 한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들로서 음악에 담아내는 메시지, 콘셉트, 비주얼 등에서 팀의 정체성을 분명히 가져갈 필요는 있다. '나를 사랑하자'라는 메시지를 노래한 방탄소년단이 세계인들을 향해 연설을 할 수 있었던 이유도, 블랙핑크·에이티즈의 한복을 활용한 의상에 각국의 이목이 쏠렸던 것도, 다수의 멤버들이 한 호흡으로 만들어내는 '칼군무'에 해외 팬들이 감탄하는 것도 분명히 K팝만이 지닌 장점이자 매력으로 읽힌다. K팝이 달라졌다고 한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K팝을 바라보는 전 세계인들의 눈도 변화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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