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2주 연속 상승했다. 긍정평가도 7주 만에 부정평가를 앞질렀다. 지지율 상승은 70대 이상 고령층이 이끌었다. 조사 결과에 대해 일부 시민들은 의구심을 품는 상황이지만 고령층 사이에서는 실제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27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8월 4주 차 문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긍정 평가)는 전주보다 3.3%포인트 오른 49.4%로 2주 연속 상승했다. '국정 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4.2% 포인트 내린 46.6%로 집계돼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를 7주 만에 앞질렀다.
지역별로 지지율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대구·경북(6.9%p)이었다. 광주·전라(4.7%p)와 서울(4.5%p)이 그 뒤를 이었다. 연령별로는 70대 이상(10.7%p)과 60대(9.5%p)가 상승을 이끌었다. 50대는 5.8% 포인트 상승, 30대는 6% 포인트 하락했다.
조사 결과를 두고 시민들은 의외라는 반응이다. 일부 시민은 "60~70대에서 지지율이 10% 이상 올랐다고?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며 통계 신빙성에 의구심을 품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고령층을 중심으로 지지도가 상승하는 것에 대해 '이유 있는 상승'이라고 진단했다.
고령층 文 대통령 지지율 상승 요인
① 랠리 어라운드 더 플래그(Rally around the flag)전문가들은 고령층을 중심으로 지지율이 상승하는 것에 대해 '랠리 어라운드 더 플래그(Rally around the flag)' 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랠리 어라운드 더 플래그란 외부로부터 분쟁이 발생하면 대통령 주위로 국민의 지지가 결집하는 현상을 말한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고령층은 정부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랠리 어라운드 더 플래그 효과가 다른 연령보다 더 심하게 나타난다"며 "코로나가 다시 창궐하면서 준전시상황이라는 말이 고위 당국자 입에서 서슴없이 나오는 상황에서 일단은 '임금님' 중심으로 뭉치자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나이가 드신 분들은 지금 상황을 젊은 사람들보다 훨씬 위기로 생각한다"며 "이럴 때 노인들은 집권당에 힘을 실어주는 경향이 강한데, 어르신들은 여야를 불문하고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는 집권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체화돼있다"고 설명했다.
부산 해운대구에 거주하는 서모(60)씨는 "정부가 코로나를 근본적으로 해결은 못 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확진자도 많이 안 나오고 강제로 이동을 금지하거나 하지도 않는다"며 "지금 대통령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마땅한 인물도 없는데 이 시국에 정부가 하는 걸 놔둬야지, 지금은 밀어줘야 해결이 되지 않겠나"고 말했다.
고령층 文 대통령 지지율 상승 요인
② 재난지원금 및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 등 각종 노인복지정책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 들어 치매 국가책임제와 커뮤니티 케어,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와 같은 각종 노인복지정책이 쏟아져 나온 점도 고령층의 인식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황 평론가는 "요즘은 TK(대구·경북) 지역에서도 70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문 대통령을)'문짱'이라고 부르는 등 칭송이 자자하다"며 "대구·경북이 이럴 정도면 얘기 다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노인들이 동사무소에 몸이 안 좋다고 신고만 하면 나와서 물리 치료해주지 목욕시켜주지 사실상 노인 천국이다"라며 "문 정부 들어 노인들은 국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수혜자이자 기득권자가 돼버린 셈인데 이게 바뀌는 게 싫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 평론가는 "만 65세 이상이 되면 이런저런 형태로 보조금 등 이전소득을 주는 데다 이번 코로나 때는 재난지원금도 주지 않았냐"며 "이번에 코로나가 재확산하니 또 지원금을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 등 정부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령층 文 대통령 지지율 상승 요인
③ 집단 파업 중인 의료계에 강경 대응정부가 최근 공공의대 설립 추진에 반발해 집단 파업에 나선 의료계를 향해 강경한 태도를 취한 점도 고령층의 지지율 상승에 긍정적인 효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배모(74)씨는 "의사들이 파업한다고 하니 문 대통령이 법대로 한다고 그랬다"며 "70대 이상은 병원을 많이 가야 되는데 파업한다고 쉬면 특히 수술해야 할 사람들은 어떻게 하냐"고 말했다.
그는 "옛날 사람들은 의사나 판검사 등 직업에 따른 계층 구분 의식이 요즘 사람보다 심하다"며 "특권층에 해당하는 의사들이 잘 먹고 잘 사는 거에 대한 불만이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정부가 이들의 특혜를 없앤다는 등 강력하게 나오니 속이 시원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 평론가는 "할아버지, 할머니 입장에서 의사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 사는 계층인데 의사가 무슨 파업을 하냐는 시각으로 본다"며 "코로나가 창궐해서 사람이 죽게 생겼는데 어디 국민 안전을 담보로 파업을 하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평론가도 "어르신들은 의사들 주장이 정당하다 하더라도 이런 국가적 위기상황에 하는 파업은 동의하지 않는다"며 "이들은 지금은 결집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명석 한경닷컴 인턴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