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가 투자자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세계 기업 중 처음으로 홍콩과 상하이증시에 동시 상장하는 데다 IPO 규모도 사상 최대가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앤트그룹의 IPO로 새로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하는 사람도 대거 나올 전망이다.
27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상하이증권거래소 ‘커촹반(科創板·과학혁신판)’과 홍콩거래소에 동시 상장을 신청한 앤트그룹은 이번 IPO에서 전체 지분의 15%를 매각해 최대 300억달러(약 35조6000억원)를 조달할 예정이다. 이는 역대 최대였던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IPO(294억달러)를 넘어서는 규모다. 올 상반기 앤트그룹의 매출은 725억위안(약 12조5000억원), 순이익은 212억위안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38%, 순이익은 1000% 늘었다.
앤트그룹이 상장하면 알리바바의 창업주 마윈 전 회장(사진)은 단숨에 세계 10대 부자에 오르게 된다. 마 전 회장은 직·간접적인 방식으로 앤트그룹 지분 50.52%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다만 앤트그룹 상장에 따른 이익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지분도 8.8%를 넘기지 않겠고 밝혔다. 에릭 징 앤트그룹 회장의 보유 주식 평가액도 29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SCMP는 알리바바와 앤트그룹 전·현직 임원 17명도 억만장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홍콩 청쿵그룹의 리카싱 전 회장과 홍콩 초대 행정장관을 지낸 둥젠화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도 큰 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앤트그룹이 공개한 투자 안내서에 따르면 청쿵그룹과 둥젠화 가문은 각각 891만 주와 178만 주의 앤트그룹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앤트그룹의 기업가치를 2250억달러가량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그럴 경우 두 가문이 보유한 주식 가치는 2018년 취득했을 때보다 최소 33% 뛰어오른다고 SCMP는 전했다.
마 전 회장이 세운 앤트그룹은 세계 최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평가받으며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주요 수익원은 모바일 결제 서비스 ‘알리페이’다. 알리바바는 2004년 티몰, 타오바오 등 자사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 소비자를 돕기 위해 알리페이를 개발했다. 현재 연간 알리페이 이용자는 10억 명을 넘어섰고 8000만 개 이상의 점포가 이용하고 있다. 올해 6월까지 본토에서의 거래액은 118조위안에 달했다. 시장조사업체 아이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지난 1분기 알리페이는 55.4%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2014년 알리바바의 사업부에서 독립한 앤트그룹은 머니마켓펀드(MMF) 상품인 ‘위어바오’를 출시하며 급성장했다. 위어바오는 알리페이 계좌의 자투리 돈으로 가입하는 MMF다. 지난해 말 기준 위어바오의 운용 자산은 4조위안을 넘는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