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표낸 전공의에 업무개시명령 발부…"불응시 고발"

입력 2020-08-27 12:46
수정 2020-08-27 12:48

정부가 집단휴진에 나선 수도권 수련병원의 응급실과 중환자실 인력 358명에게 개별 명령서를 발부했다.

정부는 업무 현장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고발 조치하겠다고 으름장을 놨고, 의료계는 대학병원 셧다운 가능성까지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어제 조사한 20개 병원의 응급실, 중환자실의 전공의 가운데 휴진자 358명을 대상으로 업무개시 명령서를 발부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의료계가 집단휴진에 나서자 전날 오전 8시를 기해 수도권 내 수련병원 95곳에 속한 전공의, 전임의들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내렸다. 정부는 명령을 발령한 직후 주요 병원 20곳의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급습해 근무자 명단을 대조하며 휴진자를 파악했다.

정부는 업무개시 명령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비운 전공의·전임의에게 개별 업무개시 명령서를 발부했다. 응급실은 조사 당일 1시간 이내, 중환자실은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진료 현장으로 복귀할 것을 명령한 뒤 이행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복귀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고발 조치가 이뤄질 예정이다. 윤 반장은 "어제 방문한 수련병원을 재방문해서 전공의 등이 복귀했는지 점검하고 만약 복귀하지 않았을 경우 고발 조치할 계획"이라며 "휴진이 계속 이어지면 현장조사의 범위와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의료법 등에 따르면 업무개시 명령에 응하지 않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면허 정지 또는 취소와 같은 행정처분 역시 가능하다.

일선 전공의들이 병원 측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에 대해서도 중수본은 "판례에서는 사직서 제출을 집단행위의 한 사례로 보고 있으며 그 역시 업무개시명령을 발부할 수 있다"며 엄정 대응 방침을 재차 밝혔다. 이어 "보건복지부는 집단휴진 주도자를 대상으로 업무방해죄 또는 공무집행방해죄 적용을 검토하고 신속한 수사 및 기소가 가능하도록 관계기관 협조체계 구축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정부는 또 의과대학생들의 국시 역시 예정대로 치러질 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윤 반장은 "현재 시험 응시 취소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본인이 신청한 게 맞는지, 정말로 취소할 것인지 등을 전화와 문자로 여러 차례 재확인하고 있다"면서 " 회신하지 않는다면 최종적으로 시험 응시를 취소 처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일방통행에 의료계는 대학병원 셧다운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의대 교수 550명은 전일 입장문을 내고 "정당한 주장을 하는 제자들을 보호하는 것은 병원에서 진료를 하는 것이나 실험실에서 연구를 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며 "의과대학생들이 불이익을 받게 된다면 스승인 우리 교수들이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전공의가 휴업에 들어간 상황에서 교수진까지 파업에 동조한다면 대학병원 셧다운 사태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집단행동은 불합리한 의료정책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된, 순수한 열정의 산물"이라며 "정부가 즉각 정책 강행을 중단하고 코로나-19 사태가 완전히 종식된 이후 의료계와 원점부터 심도 있는 공론화에 착수할 것을 제안한다"고 주장했다.

또 "수많은 의과대학생들이 휴학계를 제출했고 졸업반 학생들은 9월 초에 시작되는 의사국가고시 실기시험 응시를 철회했다. 9월초가 지나면 의정 대립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널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