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강풍을 몰고 왔던 제8호 태풍 '바비'가 한반도를 지나쳐간 가운데, 9월에는 제9호 태풍 '마이삭'(MAYSAK)과 10호 태풍 '하이선'(HAISHEN)도 한반도에 상륙할 지 주목된다.
27일 한경닷컴 뉴스랩이 지난 10년 동안 발생한 태풍 252개를 분석한 결과, 15.5%인 39개가 한반도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최근 5년 간 9월에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태풍 수는 8개로 다른 달 보다 유독 높아 올해 9월에도 태풍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체코 기상 앱 '윈디'가 다음 주 마이삭의 한반도 상륙을 예고한 반면, 기상청은 현재까지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이번에는 누구의 예측이 정확할 지를 두고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물벼락 끝? 최근 5년간 9월 태풍 가장 많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총 7개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주면서 역대 가장 많았던 1959년의 7개와 동수를 나타냈다. 무려 60년만의 기록이다.
올해 현재까지만 보면 예년보다 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 수가 현저히 적다.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태풍은 제5호 태풍 장미와 제8호 태풍 바비 등 두 개에 불과했다.
바비는 26일 한반도에 상륙하면서 제주를 포함해 남부지역에 큰 피해를 입혔다. 수도권 지역에는 우려와 달리 큰 피해 없이 빗겨간 후 이날 새벽 대부분 지역에서 태풍 특보가 해제됐다.
하지만 가을 태풍 소식이 연달아 나오면서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예측이 나온다. 9월에는 제9호 태풍 '마이삭'과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한반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5년간 9월에 발생한 태풍 건수는 총 8개로, 8월 6개, 7월 5개 보다 많았다. 앞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7월과 8월에 각각 6개, 6월과 9월에 각각 2개를 기록한 것과 대조된다. 온난화의 영향으로 태풍 생성 시기가 더 늦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기상청도 올 가을에 평년 보다 많은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의 영향으로 일본 보다 한반도 쪽으로 태풍 경로가 틀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상앱 윈디는 9월 2일 태풍 마이삭이 한반도 영향권에 들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마이삭은 바비 보다 더 큰 위력을 지닐 것으로 예상돼 큰 피해가 우려된다. 윈디에 따르면 마이삭은 내일 필리핀 인근 해상에서 발생해 일본 해상을 통과한 후 2일 밤 부산을 통해 한반도에 상륙할 전망이다. 마이삭 한반도 상륙에 기상청 "아직 속단하기 이르다"
하지만 윈디가 예고한 마이삭의 한반도 상륙이 1주일 남짓 남은 가운데, 기상청이 이 같은 예측이 이르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누구의 예측이 더 맞을지 관심이 쏠린다. 올해 기상청은 이례적으로 역대 최장 기간을 기록한 장마로 인해 '오보청'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에 기상청 예보를 믿지 못하는 '기상망명족'의 입소문을 타고 윈디가 명성을 얻었지만, 태풍 바비의 예상 이동 경로는 기상청이 더 정확하게 맞췄다. 바비가 중국 단둥시 부근을 향할 거라는 윈디의 예상과는 달리, 기상청은 지난 25일 황해도를 지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 태풍은 기상청의 전망대로 움직였다.
기상청은 아직까지 이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지 미지수라는 판단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여러 수치모델에서 제9호 태풍의 예상 발생시기와 경로를 모의하고 있으나 아직 크고 많은 변수와 변화가 있다"라며 "태풍은 발생 후에 경로나 강도를 구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지, 얼마나 셀지 등을 속단하기는 이르다"라고 말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