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일으키는 바이러스(SARS-CoV-2)가 배수관을 타고 다른 아파트 가구의 화장실로 전파된 사례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의 26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연구진은 이달 발간된 과학 저널(Environment International)에 이와 같은 연구결과를 게재했다.
연구진은 장기간 아무도 거주하지 않았던 중국 광저우의 한 아파트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된 ‘미스터리’를 연구해 왔다. 당시 비어있던 아파트의 화장실 세면기, 수도꼭지, 샤워기 등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단서는 이 아파트의 바로 아래층에 거주했던 5명이 1주일 전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데 있었다. 연구진은 화장실 변기에서 물이 내려가는 힘 때문에 에어로졸이 생긴다는 점에 주목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포함된 에어로졸이 배수관을 타고 아파트 내 다른 가구로 전파될 수 있는지 여부를 실험한 결과,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층보다 10층, 12층 더 높은 층의 화장실 두 곳에서도 문제의 에어로졸이 발견됐다. 그동안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는 변기 물을 내리는 힘 때문에 에어로졸이 확산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연구를 진행해 왔다.
2003년 배수관 결함으로 홍콩에서 발생한 아파트 내 사스 집단감염 사례와 유사한 경로였다고 연구진은 발표했다. 당시 아파트 거주자 329명이 사스에 감염됐고 이중 42명이 사망, 홍콩 사스 사태에서 최악의 사례로 남았다. 사스 환자의 배설물에서 나온 고농도 바이러스가 에어로졸 형태로 통풍구를 통해 전파되면서 집단감염을 일으켰다.
말릭 피리스 홍콩의대 공중보건대학원 교수는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연구진이 비어 있는 아파트에서 발견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전염력이 있는 바이러스와는 달랐다”면서도 “그러나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수 처리 시스템에 문제가 없다는 전제 아래 이번 연구 결과와 같은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도 분석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