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지주회사 SK는 대한민국 최고의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그룹 지주사로 꼽힌다. 반도체, 바이오, 배터리부터 통신과 소재에 이르기까지 미래의 먹거리를 모두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같은 ‘알짜’ 그룹사가 저평가돼 있어 증권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26일 기준 SK의 계열사 지분가치를 조사했다. 그 결과 SK텔레콤(5조3735억원), SK이노베이션(5조649억원), SK바이오팜(10조1024억원), SK네트웍스(4993억원), SKC(1조4928억원), SK머트리얼즈(1조2532억원) 등 6개 상장 계열사의 가치는 23조7861억원으로 집계됐다. SK의 시가총액 15조3737억원 대비 55% 많은 규모다. 상장 계열사 가치만으로 50% 이상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비상장 계열사를 더하면 저평가 정도가 더 커진다. SK는 SK팜테코, SK건설, SK실트론 등 핵심 비상장 계열사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SK팜테코와 SK실트론은 기업공개(IPO)가 언급되고 있어 지분 가치가 더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SK팜테코와 SK실트론의 실적 개선은 차기 IPO 성공으로 이어질 전망"이라며 "올해 2분기 매출이 63.3% 늘어난 SK팜테코의 IPO는 SK바이오팜의 흥행에 버금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25%에 달하는 자사주 지분도 저평가 근거다. 올해 2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SK는 1805만5950주를 자사주로 보유하고 있다. 이는 전체 상장주식수의 25.7%에 달한다. 유통 주식수가 적기 때문에 주가도 이 비율만큼 저평가됐다는 분석이다. 자산운용사 대표는 "지주사에 대한 할인을 감안해도 SK의 저평가는 과도하다"고 강조했다.
SK그룹의 주주친화 정책도 투자 포인트로 꼽힌다. 자사주 매입, 배당금 확대 등의 정책이 주가의 안전판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때마침 SK바이오팜 주식을 주주들에게 현물로 배당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75%에 달하는 SK바이오팜 지분을 50%까지 줄이면서 이를 배당 재원으로 쓸 것이란 전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K가 언제, 얼마나 SK바이오팜 지분을 처분할지 모르지만 매각으로 인한 이익은 어떤 방식으로든 주주들에게 돌려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SK의 포트폴리오를 주목하고 있다. 지주회사에 투자하는 것은 하나의 거대한 사업포트폴리오를 사는 것과 같은데, SK는 어느 하나의 계열사도 버릴 게 없기 때문이다.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는 대표 먹거리다. SK텔레콤은 5세대(5G) 이동통신 사업의 주축이다. SK이노베이션은 국내 3대 2차전지 제조사다. SKC는 폴더블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를 생산하고, SK머트리얼즈는 반도체 소재 국산화의 선두에 있다.
최근 이들 기업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어 SK의 투자 매력이 더 부각되고 있다. 26일 SKC 주가는 9만70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같은날 SK텔레콤은 52주 신고가(24만8500원)로 마감했다. SK머트리얼즈는 지난 10일 신고가(25만6500원)을 찍고 24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SK는 이날 21만8500원에 마감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