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 全大' 등판한 멜라니아·폼페이오…해치법 위반 논란

입력 2020-08-26 17:20
수정 2020-11-24 00:02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이틀째인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이 공직을 대선 캠페인에 이용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일부에선 미국의 정치 전통에 어긋나는 행동이자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전당대회에 송출한 영상에서 과거 은행 강도 혐의로 체포됐다 풀려난 뒤 수감자의 사회 재통합을 돕는 활동을 벌인 존 폰더를 사면하는 이벤트를 연출했다. 그러면서 미국 보수층이 중시하는 ‘법과 질서’ ‘구원’을 강조했다. 트럼프는 또 다른 영상에선 새로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5명의 귀화 이벤트를 주재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메시지를 증폭시키기 위해 두 차례에 걸친 ‘깜짝 등장’을 통해 대통령 권한을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날 정식 장관으로 지명된 채드 울프 국토안보부 장관이 귀화 행사를 진행한 데 대해선 공직자의 공무와 정치 활동을 분리하도록 한 ‘해치법’ 위반 논란이 불거졌다.

이날 전당대회의 하이라이트인 멜라니아 여사의 백악관 로즈가든 연설도 논란이 됐다. 멜라니아가 연방정부 자산인 백악관을 남편인 트럼프의 재선을 돕는 데 활용했다는 점에서다. 멜라니아는 연설에서 “남편은 말만 하지 않고 행동을 요구하고 성과를 낸다”며 “남편의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가 미국에 최선”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트럼프도 27일 공화당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을 백악관 잔디밭인 사우스론에서 할 예정이어서 비슷한 논란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의 ‘오른팔’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사진)도 이날 찬조연설에 나서 논란이 됐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순방을 위해 해외 출장 중인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이스라엘 예루살렘을 배경으로 사전 녹화된 영상을 통해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의 수교,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 등을 이끌어낸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업적’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현직 국무장관이 특정 정당의 전당대회에서 연설한 건 75년 만이며 해치법은 물론 국무부 직원의 전당대회 찬반 연설을 금지한 국무부 내규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NYT는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폼페이오 장관이 법 위반 논란에도 불구하고 2024년 대권 도전을 노리고 정치적 이득을 위해 찬조연설을 강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 외교위원회는 폼페이오 장관의 해치법 위반 가능성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조사를 주도하는 민주당의 호아킨 카스트로 하원의원은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 연설을 준비하면서 국무부로부터 어떤 지원을 받았는지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국무부에 요구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