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간의 경험을 살려 K패션의 글로벌화를 추진하겠습니다.”
지난 19일 제15대 한국섬유산업연합회장에 취임한 이상운 효성 부회장의 말이다. 그는 1976년 효성물산에 입사해 45년간 한국 섬유산업의 흥망성쇠를 겪었다. 스판덱스 등 핵심 사업을 발굴해 효성을 국내 1등 섬유기업으로 키웠다.
섬산련은 화학섬유와 면방, 의류패션에 이르기까지 국내 섬유산업을 총괄하는 국내 최대 단체다. 3년 동안 이 단체의 수장을 맡게 된 이 회장을 섬산련 회장실에서 만났다. 그는 “섬유산업은 제조강국인 한국의 뿌리산업”이라며 “대구, 동대문과 같은 섬유 클러스터를 활성화하고 고부가가치 혁신 제품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제조 경쟁력을 기반으로 K패션의 글로벌화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이 인터뷰 내내 강조한 것은 ‘혁신’이었다. 그는 “유럽 미국 등 수출길이 끊긴 국내 생산업체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한국 기업들이 최근 판매가 늘고 있는 요가복, 레깅스 소재인 스판덱스처럼 차별화한 기능성 소재 등에서 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젝시믹스, 안다르 등 국내 요가복 브랜드들이 ‘요가복업계의 샤넬’이라고 불리는 캐나다의 룰루레몬에 도전장을 내민 것을 예로 들었다.
그는 “아라미드, 탄소섬유 등 산업용 원사와 차량 에어백용 특수원사 같은 기능성 제품도 유망하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방역복용 직물의 수출이 늘고, 페트병을 재활용한 섬유로 옷을 만드는 기업이 많아진 것은 긍정적”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또 “한국에 좋은 패션 브랜드가 많지만 아직 글로벌 브랜드 수준으로 성장하진 못했다”며 “자라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가 국내에서도 나올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중점 과제로 국방섬유의 국산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현재 군인들이 입는 군복과 내의, 양말 등 국방섬유 제품은 해외에서 소재를 수입해 국내에서 제조하고 있다. 그는 “연간 5000억~6000억원 규모인 국방섬유 소재를 100% 국산화하면 어려운 한국 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은 당장 주어진 과제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다음달 열 예정이던 섬산련의 ‘프리뷰 인 서울 전시회’가 취소됐다. 섬산련은 국내 기업들이 해외 바이어와 온라인 상담을 할 수 있도록 화상 상담회를 열기로 했다. 해외 업체들이 한국 제품을 3차원(3D)으로 둘러볼 수 있는 가상 전시관도 꾸밀 예정이다.
이 회장은 또 “비대면 수출 마케팅 지원, 재활용 섬유 제조 기반 구축, 디지털 전문인력 양성 등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섬유산업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지점장을 지냈던 경험, 효성의 산업용 섬유 수출 경험 등을 살려 한국 기업의 글로벌화를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지혜/안재광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