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 해외주식 정보 부족에…서학개미 "인터넷 카페·유튜브가 낫다"

입력 2020-08-26 15:22
수정 2020-08-26 16:25
지난해 국내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 종목 10개 중 7개는 상장지수펀드(ETF)였다. 올해는 25일(현지시간)까지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ETF는 1개 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개인들이 직접투자를 선호하게 됐다는 의미다. 개인들의 해외주식 순매수액은 지난 7월 3조8081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증권사들의 해외 주식 정보 제공 능력은 열풍을 좇아가지 못하고 있단 지적이 많다. "증권사 해외주식 리포트보다 인터넷 카페나 유튜브가 낫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해외주식 늘었지만 정보는 부족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해외주식 전담 인력은 지난해 말 대비 제자리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해외주식 수수료(외화증권 위탁수수료)로 613억원을 거둔 미래에셋대우의 해외주식 전담 인력은 13명으로 지난해 말과 같은 수준이다.

국내 종목을 담당하면서 해외 종목 리포트까지 쓰는 인원은 제외하고 해외주식만 다루는 전담 인원이다. 삼성증권(11명), NH투자증권(11명), 한국투자증권(10명), KB증권(7명), 키움증권(6명) 등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주식 전담 인원은 10명 내외 수준이다. 각 증권사 인원은 지난해 말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루에도 수십개씩 종목 리포트가 나오는 국내와 달리 증권사들이 제공하는 해외 종목 리포트는 양과 질면에서 뒤떨어진다는 게 상당수 투자자들의 지적이다. 미래에셋대우가 3분기 들어 발간한 국내 특정 종목 리포트는 240개가 넘는다. 같은 기간 해외주식 종목 리포트는 97개다. 삼성증권(106개), 한국투자증권(83개), NH투자증권(53개), KB증권(36개), 키움증권(23개) 등 다른 증권사들도 해외 종목 리포트 발간 수 자체가 많지 않다.

이들 증권사가 제공하는 대부분의 해외 종목 리포트 내용은 1~2장 내외다. 최근 실적과 투자 포인트 등을 짚는 수준으로 심층 분석을 곁들이는 국내 종목 리포트와의 질적 차이가 크다. 대형주를 중심으로 해 종목도 제한적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정보부족을 호소하는 이유다. 특히 키움증권은 2분기 수수료 수입이 3번째로 가장 많은 증권사임에도 관련인력이나 리포트 발간 수 자체가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리서치 외에도 텔레그램 미국주식 정보채널 등을 통한 실시간 정보 제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보 우위 사라진 증권사들 해외 종목은 증권사에서도 정보를 확보하기가 어렵다. 대부분은 해외 증권사와 제휴를 맺어 종목 정보를 제공받고 이를 가공하는 식으로 리포트를 만들고 있다. 국내 종목은 각 기업 IR(기업활동) 담당자가 증권사 연구원들에게 자료를 제공하지만 해외 기업은 그렇지 못하다.

증권사들이 국내 시장에서 가질 수 있는 정보 접근성의 우위 자체가 사라진다는 얘기다. 한 증권사 고위관계자는 "해외 주식 정보를 늘려야 하지만 해외 증권사와 손을 잡는 것 외에 정보를 얻는 경로가 다양하지 않다"며 "인력을 늘리고 싶어도 관련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개인들은 해외주식 인터넷 카페나 유튜브로 눈을 돌리고 있다. 회원수가 7만명이 넘는 일부 미국 주식 관련 카페에는 실시간으로 해외주식 관련 뉴스가 공유되고 관련 종목 분석 자료도 올라온다. 유튜브 등에서도 특정 해외 종목을 심층 분석하는 콘텐츠가 늘고 있다.

한 해외주식 투자자는 "증권사들이 제공하는 해외주식 정보를 보면 그렇게 새로운 걸 보기가 어렵다"며 "주변에서도 증권사 제공 정보보단 인터넷 카페 등에서 정보를 직접 찾으며 투자하는 이들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