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 성추행 피해자 측은 비판, 文엔 '죄송'…강경화의 이상한 사과

입력 2020-08-26 09:41
수정 2020-08-26 09:55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2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외교관 뉴질랜드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사과하면서도 정작 피해자에 대한 사과는 거부했다.

강경화 장관은 한·뉴질랜드 정상 통화에서 성추행 문제가 거론된 데 대해 "대통령이 불편한 위치에 계시게 된 점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에게만 사과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뉴질랜드 국민이나 피해자에 대해 사과할 일"이라고 지적하자 "이 자리에서 사과는 못 드린다"고 했다.

강경화 장관은 "좀 더 사실관계를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고,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도 점검해야 한다"면서 "(이 문제는 외교문제가 됐기 때문에) 우리의 국격과 주권을 지키면서 (처리)할 필요가 있다. 상대국에 대해서 사과하는 부분은 쉽사리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뉴질랜드 정상 통화는) 뉴질랜드 측에서 요청한 통화였다. 통화 의제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뉴질랜드 측은 이 의제(성추행)를 다룰 거라고 이야기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뉴질랜드 측을 비판했다.

그러나 이같은 강경화 장관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외교부는 이미 자체 조사를 통해 가해자 A씨의 성 비위를 확인해 '감봉 1개월' 징계 처분을 내렸다.

사건은 2017년 발생했는데 올해 2월 뉴질랜드 웰링턴지구 법원이 가해자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음에도 정부는 A씨 송환을 거부하고 있다.

앞서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A씨의 뉴질랜드 현지 직원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친한 사이에 남자끼리 배도 한 번씩 툭툭 치고, 엉덩이도 한 번 치고 그랬다는 것"이라고 두둔했다. 이 외교관의 신병을 인도하라는 뉴질랜드 정부의 요구에 대해서는 "오버"라고 일축했다.

다만 송영길 의원은 이에 대한 비판이 일자 잘못된 인식이었다며 해명한 바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무죄추정의 원칙이 황당한 게, 아니, 그 자를 일단 뉴질랜드로 보내 재판을 받게 해야 유죄인지 무죄인지 알 거 아니냐"라면서 "재판도 안 받게 하고 영원히 무죄로 추정만 하겠다는 얘기인지. 결국 영원히 무죄로 만들어 주겠다는 수작"이라고 비판했다.

성추행 피해자 측은 "외교부가 잘못했다고 인정하면서 정작 피해자에 대한 사과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런 사과 행태를 보인 강경화 장관이 정말 역겹다(disgusting)"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