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벤츠 GLB와 산을 올랐다

입력 2020-08-27 12:53
수정 2020-08-27 12:54
-다목적 활용 가능한 소형 SUV

-오프로드 주행에 최적화된 기능 인상적

메르세데스-벤츠에서 지금까지 본 적 없던 새로운 형태의 차가 등장했다. 입문형 SUV인 GLA와 준중형 SUV GLC 사이를 채우는 GLB가 주인공이다. 새 차는 아담하면서도 듬직한 차체와 높은 지상고, 수직으로 떨어지는 트렁크 라인을 통해 MPV와 SUV의 경계를 허문다.



벤츠는 이 차를 다목적성 짙은 SUV로 정하고 성격을 강조하기 위해 각국의 기자들을 스페인 남부 말라가로 초청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GLB 글로벌 시승행사에서 산 전체를 빌려 오프로드 행사를 마련했다. 직접 GLB와 함께 산을 정복하면서 차가 가진 정통 SUV 성격을 짐작해보라는 의도였던 셈이다.

오프로드 행사장을 향하는 길은 생각보다 매끄러웠다. 비교적 잘 포장된 도로를 따라 산 정상을 향해 하염없이 올라갔다."여긴 어디이며 나는 누구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쯤 산 정상에 도착하니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축구장 수 배 크기의 넓은 분지가 형성돼 있고 오프로드를 체험할 수 있는 수십여 개 코스가 눈앞에 나타났다. 동시에 여러 대의 GLB가 언덕을 넘고 바위를 쪼개며 달리고 있었다. 벤츠 관계자는 "GLB 놀이터에 온 걸 환영한다"며 "차가 가진 성능을 손쉽게 체험할 수 있다"고 반겼다.

화려한 장관을 감상만 할 수 없었다. 간단한 제품 소개를 듣고 바로 인스트럭터와 함께 오프로드 코스를 정복하기로 했다. 출발에 앞서 운전 모드를 '오프로드'로 바꿨다. 스로틀 반응이 묵직해지고 변속기는 저단 중심으로 rpm을 높게 사용한다. 스티어링 휠 반응도 한층 부드럽고 유연해졌다. 회사는 앞뒤 구동력 배분에 큰 변화를 줘 험로 탈출 시 유리한 주행 모드라고 밝혔다. 이후 가속페달을 밟고 천천히 주행에 나섰다.



시작부터 급경사를 마주해 저속 크루즈컨트롤을 활성화한 뒤 시속 10㎞/h로 맞추고 내려갔다. 차는 마른 흙으로 뒤덮인 내리막길에서 미끄러지는 상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을 이어갔다. 덕분에 브레이크 페달에 발을 떼고 스티어링 휠 조종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었다. 경사에서 내려온 다음에는 깊은 모래 구간이 나타났다.

빠른 속도로 통과해야 하는 미션인데 타이어 폭까지 깊게 들어가는 모래가 만만치 않아 보였다. 차는 접지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구동력 배분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센터페시아 모니터로 비친 진행 상황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차는 잠시 머뭇거리는가 싶더니 금세 모래 구간을 빠져나와 경쾌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인공 범피 구간에서는 앞쪽에 유리를 설치해 한 쪽이 얼마만큼 들려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깊은 웅덩이가 불규칙적으로 놓여 있었고 차는 앞뒤 바퀴를 번갈아 들어 올리며 아찔한 장면도 나왔다. 자칫 빠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차는 아랑곳하지 않고 지면에 붙어있는 바퀴를 활용해 험로를 탈출했다. 벤츠의 네바퀴굴림 시스템 4매틱이 발군의 실력을 보여준 결과다.

여기에 13.9도에 이르는 휠베이스 사이 램프각도 제 역할을 다했다. 이후 크고 작은 자갈과 모래, 진흙길을 번갈아 가며 차의 오프로드 성능을 체험했다. 큼직한 휠 하우스, 아래쪽에 두른 두툼한 플라스틱 몰딩이 운전에 자신감을 심어준다.



하이라이트 코스는 하늘을 바라보며 끝없이 올라가는 언덕이다. 심지어 언덕 중간에서는 차를 옆으로 기울여 유턴을 한 뒤 다시 내려와야 한다. 다양한 오프로드를 체험해봤지만 이번처럼 강한 두려움이 몰려온 적은 처음이었다. GLB는 70%에 이르는 등판능력과 앞뒤 각 18도, 18.3도의 진입각 및 이탈각을 갖춰 경사로를 오르내리는 데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후 가속페달을 일정하게 밟으면서 오직 인스트럭터 지시와 어라운드 뷰 카메라에 의지해 올라갔다. 구름이 시야에서 가까워질 때쯤 스티어링 휠을 오른쪽으로 크게 돌렸다. 차는 옆으로 기울어진 상태로 앞으로 나아갔다. GLB가 갖고 있는 35도의 기울기 각을 몸소 경험하는 순간이다. 빠르게 달리는 스포츠카와는 차원이 다른 스릴과 짜릿함이다. 차는 껌딱지처럼 땅에 붙어 안정적인 자세를 보였고 절정으로 향할 때 다시 스티어링 휠을 바로잡아 천천히 내려왔다.

디펜더나 랭글러같이 정통 SUV는 아니지만 웬만한 험로를 손쉽게 탈출하고 과정 또한 무척 안정적이었다. 특히 높고 듬직한 차체를 가진 SUV가 거친 산길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모습이 사뭇 신선했다. 오프로드 체험을 마친 뒤 차를 직접 매만진 올리버 슈넬 GLB 인테리어 디자인 매니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GLB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G바겐과 GLS 사이에서 태어난 SUV"라고 말했다. 그만큼 벤츠 SUV 라인업의 한 축을 담당할 중요 차종이자 진짜배기 SUV라는 뜻이다.



이와 함께 몇 가지 기술 소개도 이어졌다. 대표적으로 오프로드 엔지니어링 패키지가 포함된 멀티빔 LED 헤드램프다. 조사각 범위가 한층 넓어지면서 코너링 램프는 최고시속 50㎞의 속도 안에서 상시 조명으로 켜진다. 이를 통해 어둠 속에서 험한 지형의 장애물을 보다 쉽게 볼 수 있다. 차의 각도와 주행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차가 가진 오프로드 성능을 직접 경험해보니 이곳에 온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이와 함께 벤츠 관계자들의 자신감 넘치는 기술 소개도 충분히 이해가 갔다. GLB는 브랜드 SUV 라인업에 가장 마지막으로 합류했지만 성격만큼은 오랜 역사를 지닌 다른 차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폭넓은 소비층을 향하면서도 SUV 본질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이를 증명한다. 다양한 역할을 거뜬히 해낼 벤츠의 최신 SUV는 오는 27일 국내 공식 출시하며 사전계약자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인도에 들어간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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