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이 해외 PEF와 손 잡은 이유

입력 2020-08-25 16:57
수정 2020-08-26 01:24
한화생명이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조성하는 신규 펀드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기로 약정했다. 그러나 보험사 회계기준 변경 등으로 자본 여력이 크게 감소할 것이 유력한 한화생명이 위험 가중치를 가장 높게 적용받는 투자를 단행한 배경을 놓고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25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KKR이 조성 중인 아시아 바이아웃(경영권 투자) 펀드에 약 4억달러(약 4700억원)를 투자하기로 약정했다. KKR은 한화생명 등 기관투자가의 자금을 받아 최근 120억달러(약 14조원) 규모 펀드 조성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생명은 “해당 펀드가 저평가된 양질의 아시아 기업에 투자할 수 있고, 비슷한 형태의 다른 펀드에 비해 KKR의 기존 펀드 성과가 우수해 운용 능력이 뛰어나다고 판단했다”고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신(新) 지급여력제도(K-ICS)와 국제회계기준(IFRS17)이 2023년부터 도입되는 가운데 ‘체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한화생명이 이런 투자를 한 이유를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분위기다. 현재 지급여력비율(RBC) 체제에서도 보험회사는 보유하고 있는 부채 및 자산 리스크 규모와 이에 맞는 자본 규모를 계산하기 위해 자산군별 위험 가중치를 나눠 계산한다. 같은 투자 금액이라고 하더라도 변동성이 작은 국채 투자는 낮은 위험계수를, 변동성이 큰 주식 투자는 높은 위험계수를 곱하는 식이다.

KKR과 같은 PEF에 대한 투자는 지금도 가장 높은 등급의 위험계수(12%)를 적용받지만, K-ICS가 도입되면 위험계수가 49%로 급등한다. 위험계수 49% 수준으로 4700억원을 모두 투자 완료할 경우 한화생명은 2350억원 규모의 위험자본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통상 블라인드 펀드의 투자 흐름을 고려할 때 한화생명이 약정한 돈이 실제로 투자되는 시점은 K-ICS가 적용되는 3년 뒤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투자 약정만 한 상태에선 그 절반의 위험계수가 적용된다.

한화생명 측은 “투자 리스크 한도 내에서 고수익 자산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중”이라며 “향후 KKR이 공동 투자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돼 전략적 투자 파트너로서 가치가 있다”고 해명했다. 리스크 관리 문제에 대해서는 “KKR의 투자 대상 선별과 모니터링을 통해 리스크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