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대구시장 "미래에 대한 절박함이 통합신공항 이전지 결정 원동력 됐다"

입력 2020-08-25 15:47
수정 2020-08-28 19:12

“통합신공항의 이전부지 확정은 대구·경북이 생긴 이래 가장 큰 역사입니다. 대구·경북이 분리된 지 40여 년 만에 한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염원으로 대구·경북이 뭉치고 상생한 최초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2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대구·경북이 코로나19라는 큰 위기를 겪으면서 미래와 변화에 대한 절박함이 더 커졌고 이런 절박함이 통합신공항 이전지 결정이라는 대역사를 이루는 원동력이 됐습니다”고 강조했다.

2014년 취임 이후 대구의 변화와 혁신을 강조해 온 권 시장은 “대구 경제와 관련해 고성장(스케일업) 기업 육성 정책인 스타기업이 200여 개로 늘어나면서 매출이 4조원을 육박해 대구 제조업 생산액 30조원의 10%를 넘어섰다”며 “이들 기업 비중이 30%를 넘어서면 대구 경제의 완전한 체질전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구의 스타기업은 절반이 대구시가 추진 중인 5대 신산업 부문에서 발굴·육성되고 있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이전 추진 과정에서 대구시 내부에서도 ‘출구전략을 써야 한다,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반대여론도 심했고 매 순간 다양한 의견과 갈등이 표출됐습니다. 중간에 흔들린 적은 없었습니까.“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었습니다. 도심 한가운데 군공항이 있는 대구는 근본적인 도시발전에 장애를 갖고 있기에 이전이 반드시 필요했고 물류기능을 갖춘 국제공항은 대구·경북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건설해야만 했습니다. 국제공항이라는 인프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대구가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일부의 패배주의가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만 공동후보지 유치 신청을 이뤄냈습니다. 국방부의 최종 이전부지 확정 절차가 남았지만 8부 능선을 넘었고 전국 최초로 군공항 이전을 추진할 수 있게 됐습니다.” ▷통합신공항 추진으로 대구와 경북의 지형 및 산업지도가 바뀌는 대구·경북 그랜드디자인 시대가 활짝 열렸습니다.“대구는 이제 세계적인 명품도시로 바뀔 겁니다. 도심에 있는 K2 군공항과 대구공항으로 인해 대구는 전체 면적 가운데 13%인 114㎢가 비행안전구역으로 지정돼 건축물 고도제한에 따른 개발제한과 소음 피해가 심각했습니다. 공항이 이전해 나가면 대구는 동대구축과 서대구축 그리고 공항이전지를 중심으로 한 축 등 3개의 축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현재 공항부지는 금호강 르네상스시대의 중심입니다. 지금까지 대구가 모델로 삼는 곳은 말레이시아의 행정수도인 푸트라자야와 싱가포르 클락키입니다. 수변도시를 강조하는 이유는 세계적으로 발전하는 도시들이 수자원을 잘 활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 도시는 수변도시를 기본 구상으로 첨단산업과 문화·예술 등 복합된 미래형 도시로 변모했습니다. 싱가포르도 군공항기지를 이전하고 신도시를 조성하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대구를 방문한 에릭 테오 싱가포르 대사와도 협력을 논의했습니다. 싱가포르도시개발청(URA)과 민간 전문기업의 지혜를 활용할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수변도시와 산업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갖추고 도심의 주요 인프라를 스마트시티로 연결할 계획입니다.”

▷대구는 국가적 재난이었던 코로나19를 잘 극복하고 있습니다. 통합신공항 이전부지 선정의 큰 고비도 넘었습니다. 앞으로 연속성을 갖고 추진해야 할 일이 많은데 3선에 도전할 의사는 있는지요.“대구시장이 되는 순간 저의 정치적 운명은 시민들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3선 도전은 욕심을 먼저 내거나 정할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남은 2년 대구를 위해 맡겨진 소명을 다하고 최선을 다한 뒤에 대구시민들이 저의 길을 정해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지난 6월 경제부시장으로 재선의 더불어민주당 출신 홍의락 전 의원을 영입했습니다. 협치라는 평가 속에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 결정을 한 이유는 무엇입니까.“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해 이때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사회경제적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더구나 총선 이후 대구는 여권과의 통로가 끊긴 상황입니다. 대구가 하고자 하는 일들을 잘 추진하기 위한 절박함 속에서 희망을 만들기 위해 한 결정이고 홍 전 의원도 수락해주셨습니다. 정치적 계산을 한다면 오래 갈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정파와 이념을 초월해 오직 대구만 바라보고 간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에 오래 몸담아 경제 현안에 밝고 예전부터 정당은 달랐지만 대구를 위해 협업한 경험이 있어 대구 경제 활성화를 위해 손을 맞잡고 뼈를 깎는 심정으로 노력한다면 새로운 변화와 희망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구의 신청사 이전, 통합신공항 이전부지 확정을 위한 주민투표 등에 숙의형 민주주의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정치는 협치, 사회는 숙의, 경제는 기업 간 협력(횡청)의 문화가 대구에 싹트고 있는 것 같습니다.“이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아니라 시티즌스 오블리주(시민적 책무)의 시대입니다. 도시의 미래를 시민들이 함께 설정하고 노력하고 책임지는 그런 시대입니다. 대구시 신청사를 숙의형 민주주의 방식으로 결정하자 아무런 이의나 반발이 없었습니다. 대구시민사회가 성숙해졌다고 느꼈습니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과 대구의 미래도 성숙한 시민들이 공론화해 잘 만들어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대구경북행정통합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기본철학과 바람직한 방향은.“대구경북행정통합은 이제 본격적인 공론화 단계로, 공론화는 강하고 빠르게 해야 합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먼저 그림을 그리고 따라오라고 하면 이해관계에 충돌이 생기게 됩니다. 행정통합의 비전과 필요성에 대한 충분한 공론화가 있은 후에 방법론과 최종 목표는 시민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통합신공항 최종 후보지 결정이 이걸 가능하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