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화장품 기업 토브앤바나(대표 박영재)는 국내 최초로 남성화장품의 구독경제를 표방하며 화장품시장에 뛰어든 스타트업이다. 지난해 1월 창업한 토브앤바나는 창업 첫해 몽골과 태국으로 4만달러를 수출했다. 이 회사는 올해 포스텍 KIURI 지원 협력기업으로 선정돼 고가 화장품의 원료가 되는 펩타이드 단백질의 원가를 낮출 수 있는 본격적인 연구도 시작했다. 이 회사의 가장 큰 차별점은 화장품에 방부제와 보존료를 첨가하지 않고 28일 동안만 쓸 수 있는 화장품을 고객에게 매달 7500~8500원에 배달(구독서비스)한다는 점이다.
경북에는 토브앤바나처럼 독특한 서비스와 기술로 창업한 중소화장품 기업이 273개가 있다. 하지만 제조시설을 갖춘 곳은 100여 개에 불과하다. 유럽 등 선진국 수출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cGMP(우수화장품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시설을 갖춘 곳은 한 곳도 없다.
이런 경북의 중소 화장품기업에 단비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6월 3일 경북 경산에 문을 연 글로벌 코스메틱비즈니스센터다. 경북의 화장품회사가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연구와 개발, 생산, 국내외 비즈니스를 종합 지원하는 플랫폼이 마련됐다.
228억원이 투입된 이 센터는 경산시 유곡동 7838㎡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건립됐다. 건물 2층에는 cGMP 기준에 맞춘 용량(30~2000L)별 믹서와 충진기(화장품 원료를 용기에 채우는 장비), 자동포장기 등 생산시설이 들어섰다. 도언효 실장은 “기초와 색조화장품을 하루 4만5000개까지 생산할 수 있고 피부세포연구실, 소재개발실 등 6개 실험실과 248종의 첨단 연구장비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cGMP 시설에 80억원, 장비 구입에 40억원이 투입됐다.
경상북도와 경산시는 이 센터와 함께 2020년까지 14만8742㎡의 화장품특화단지도 조성해 경산을 K뷰티 융복합산업 중심지로 육성할 계획이다. 센터와 특화단지를 거점으로 2025년까지 50개 기업을 유치해 생산액 5조원, 일자리 3500개, 수출 10억달러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경상북도는 2017년 경북 화장품 공동 브랜드인 클루앤코를 개발, 상표 등록했다.
센터는 클루앤코 회원사(8월 현재 80개사)를 중심으로 연구개발과 생산 마케팅을 지원한다. 운영은 경북화장품산업진흥원(원장 강현재)이 맡았다. 대구한의대와 경북IT융합산업기술원, 한국화장품수출중소기업협의회가 컨소시엄을 이뤄 출범했다.
경북 화장품산업이 주목하는 분야는 디지털뷰티시장이다. 정보기술(IT)과 뷰티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뷰티디바이스를 개발하는 고부가 산업이다. 경상북도와 경산시는 지난해부터 경북IT융합산업기술원과 대구한의대를 통해 디지털뷰티 강소기업 육성을 위한 20억원 규모의 기업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알앤유와 휴먼코스매틱, 엘바이오텍과 박가분, 진영R&S와 코리아비앤씨 등 IT기업과 화장품기업이 협력한다. 갈바닉(미세전류로 화장품을 이온화해 피부에 침투) 주름관리기, 미세바늘을 활용한 패치 등 다양한 뷰티디바이스를 개발 중이다. 경북IT융합산업기술원(원장 박성환)은 이 사업을 기반으로 16억원 규모의 중소벤처기업부 공모사업 두 개를 추가로 따내 디지털뷰티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김주한 경상북도 바이오생명산업과장은 “디지털뷰티산업 육성 과정에서 ICT기업과 자동차전장 분야 기업의 화장품분야 진출 등 경북의 산업구조 개편에도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디지털뷰티산업을 경북 대표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산=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