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와 서초구의 교육행정업무를 담당하는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이 40년만에 청사를 옮긴다. 강남구의 '교육 1번지' 아성을 넘보고 있는 서초구의 적극적인 '구애'에 따라 강남구에서 서초구로 이전하기로 한 것이다.
서초구(구청장 조은희)와 강남서초교육지원청(교육장 김용호)은 서초구로의 청사 이전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4일 발표했다.
1980년 강남구 삼성동에 건립된 교육지원청사는 시설이 노후화하고 업무 공간이 부족해지면서 청사 이전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제기돼왔다. 교육지원청은 강남구와 서초구 여러 장소를 물색해오다,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서초문화예술학교 부지 일부를 새 청사 신축지로 최종 낙점했다. 교육지원청 청사는 4500㎡ 부지에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교육지원청이 새 청사 장소를 결정하기까지 서초구는 상당한 공을 들여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적합한 부지 물색은 물론 공영주차장 건립 등에 90억원의 예산 지원도 약속했다. 서초구 관계자는 "교육지원청이 관내에 들어오면 교육정책 협업 뿐 아니라 구민들에 대한 교육행정 서비스가 보다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 '서초강남교육지원청'으로 불러달라"고 말했다.
교육업계에선 최근 교육 관련 정책을 가장 적극적으로 펼치는 자치구로 서초구를 꼽는다.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청담고등학교가 2023년 서초구 잠원동으로 옮기는 것도 서초구의 물밑작업이 있었다. 압구정고등학교의 위세에 눌려 학생수가 매년 줄어들고 있는 청담고를 잠원의 명문고로 키우겠다는 서초구의 공세가 상당했다는 전언이다.
이 같이 서초구가 각종 유치전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된 것은 대규모 재건축 단지의 기부채납이 든든한 '뒷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래미안퍼스티지 등 초고가 아파트단지에서 나오는 재산세가 구 재정에 유입되는 것도 서초구의 공격적 정책이 가능하게 한 배경 중 하나다.
교육업계 관계자는 "1000여개 학원이 몰려있는 강남구 대치동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서초구 반포동에 500여개의 학원이 포진하면서 최근 사교육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며 "신흥부호들이 반포에 몰리며 교육서비스 수요가 급증한 데다 서초구청의 적극적인 정책이 맞물린 결과"라고 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